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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Dec 30. 2018

퇴사, 그 미묘함에 대해

[ 타인이 내 삶의 주도권을 쥐게 놔두지 마라 #2. ]

퇴사를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2010년이든 2013년이든.
나는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을 해왔다. 2번 퇴사를 했고 2번 동업을 정리했다. 첫 번째 퇴사는 정규직 3개월 차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아쉬울 것도 없었다. 그땐 고작 25살이었다. 두 번째 퇴사는 2번 6개월 간 다닌 대기업이었다. 안정적인 연봉에 사람들도 좋았으니 나올 때 좀 쓰라리긴 했다. 
두 번째 퇴사를 결정한 2013년 11월 경, 내가 작성한 글을 보면 그때의 심경을 알 수 있다. 



[2013년 11월 6일]

두려웠다. 

새벽즈음 동트기 전 그 시꺼먼 어둠 속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초조함만큼

무서웠다. 


그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인가.

더이상 회사의 네임밸류로 나를 포장할 수 없다는 사실?

지금 조건보다 훨씬 나은 내가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모든 불안을 직면해야 했기에 물러설 수 없었다.

언젠가는 내가 대면해야 할 것이었기에 


아침이 되었고,

나는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다.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팀장님과 팀원들,

다시는 함께 일할 수 없을 이분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는 사실. 


"그래도 즐거웠다."

자신의 30대 고민과 현재의 고민을 털어놓으시면서

팀장님이 나에게 해준 마지막 말 


"다음이 언제냐..."

마지막으로 함께 보고서를 작성하며

끝까지 나의 발전을 위해 코멘트를 아끼지 않으신 과장님

 

마냥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인생의 결정에는 희생과 고통이 동반된다는 것을

28살이 되어서야 처음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할 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퇴사를 결정할 무렵, 2013년 10월 말 경에 쓴 글이 그걸 잘 보여준다. 



[2013년 10월 24일]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새로 태어난 생명을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난 여전히 이 자리에 이대로 있는데,

어느 순간 나의 인생이 한꺼번에 다가왔다.  


대체 그동안 뭘 한 걸까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떨리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내가 누굴 이해하고 감동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을까

누구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그동안 노력했다고,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난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었다.

난 이제껏 나 스스로를 믿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을 못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믿을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휘청거리는데

향후 나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

그리고 매순간 그걸 발전시키고 추구하고 끌어안으며 살고 싶다.




회사를 나온 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나는 전공이 심리학이었고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지만 정작 내가 회사에서 맡은 업무는 해외광물회사 투자를 검토하거나 관리하는 일이었다. 드라마 미생처럼 나도 ‘자원2팀’이었다. 매일 아침 세계 경제 흐름을 보고 광물 시세가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한 회사 실적을 파악해서 정리했고, 때로는 좋은 매물이 있지 않을까 검토하러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로 광산 출장을 가곤 했다. 회사를 지원할 때 생각해보면 이게 내가 원하던 일은 맞았던 것 같다. 그런데 들어와서 실제로 해보니 느낌이 좀 달랐다. 사람에 대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보람찬 일도 아니었다. 마침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서 퇴사를 결정한 후 지금까지 5년, 가끔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그립긴 하지만 퇴사 자체를 후회하진 않는다.


하지만 회사를 나올 때 특별한 계획이 있진 않았다. 다행히 시기가 맞아 떨어져서 퇴직금을 좀 챙길 수 있었고 향후 몇 개월에서 1~2년 정도는 놀아도 되겠다 싶었다(오만하고 순진했던 것이다...). 놀고 나서도 상황이 늘 긍정적일 것이라 생각했고 다른 변수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3년 12월, 퇴사 이후 히말라야에 여행 갔다가 크게 다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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