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6 처음 밟는 오세아니아 땅
비행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중국 국적기답게 좌석도 그리 좁지 않고, 항공기도 대체로 새 거라서 시설도 좋았다. 개인 모니터로 외부캠도 볼 수 있는데 나 이거 정말 좋아한다. 항공기 컨디션은 좋았지만 난기류가 심해 약간 드롭류의 놀이기구 타는 느낌이 날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다. 그래서 기내식이 좀 지연됐는데 기내식을 나눠주는 동안에도 좀 심했다. 제일 뒷자리에 앉아서 거의 처음으로 기내식을 받았는데 많이 흔들려 음료를 쏟을까 봐 벌컥벌컥 다 마실 수밖에 없었다.
기내식은 생각처럼 맛이 별로 이기도 했고, 난기류가 심해서 약간 배 채울 정도만 빨리 먹고 정리하고 양치질까지 빨리 끝냈다.
옆자리 사람은 조용한 편이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툭툭 쳐서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고, 화장실 근처라 물 내리고 화장실 문이 열리면 소리가 크게 들려 깨고, 갤리에 쉬러 온 사람들이 큰소리로 대화를 해서 귀에 딱딱 꽂히는 말소리에 잠을 설치다 그냥 그만 자기로 하고, 개인 모니터를 살펴보는데 한국어로 볼 수 있는 건 없어 준비해 온 패드로 책을 좀 봤다.
배고프다 느낄 때쯤 기내식이 나왔는데 이번엔 좀먹을만했다. 오믈렛이고, 과일이랑 디저트도 괜찮았는데 커피가 맛이 없었다. 먹고 또 자고 반복하다 보니 도착. 원래 자야 하는 시간대에 비행기를 타서 그나마 다른 장거리 비행에 비해 잘 버틴 편이다.
입국심사는 키오스크로 가능했고, 짐도 바로 나왔다. 기내에서 나눠준 입국신고서가 중국어로 된 것 밖에 없어 세관구간에서 새로 받아 작성하느라 조금 걸렸을 뿐 초스피드 입국이었다. 이렇게 오세아니아 땅을 처음 밟았다. 공항을 나오니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이 반겨주었다. 얇은 셔츠와 발목이 보일 정도의 바지, 경량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외투 없이 다니기 딱 좋은 온도와 습도였다. 제주는 쌀쌀하고, 흐렸어서 비행기에서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도착하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YHA Melbourne Central
구글 지도를 보고 숙소에 가려는데 뭔가 이상하다. 다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라는데 눈앞에 시티행 버스가 있다. 검색을 해보니 이게 맞다. 스카이버스 온라인으로 왕복 구매하면 좀 더 싸다기에 바로 그 자리서 예매하고 탑승했다. 시내도착해서 터미널 밖으로 나오니 좋았던 기분은 약간 찌푸려졌다. 나른 처음 반겨주는 건 담배냄새. 약간 대마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날씨가 좋아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걸어서 10분도 안돼 숙소 도착해서 예약해 둔 6인실에 들어가니 예상은 했지만 땀냄새가 좀 났다. 도미토리에서는 짐 챙기기에 침대 밑칸이 편한데 역시나 밑칸은 다 차서 위칸을 썼다. 그래도 숙소는 저렴한데 위치도 좋고 대체로 괜찮은 편이다.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멜버른의 첫인상은 담배냄새로 시작했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편의성도 인상적이었다. 무료트램 정류장이 숙소 바로 앞에 있었고, 3 정거장 타고 내려서 야라강을 건너 찾아간 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도 무료였다.
1층에서 발견한 장줄리앙. 처음부터 아는 작가라서 반가웠지만 그다음은 몰라서 빠르게 지나가며 보다가 아보카도 관련 전시에 멈춰 섰다. 설명 없이도 어떤 걸 얘기하는지 단 번에 알 수 있어 인상 깊었다. 바로 옆쪽으로 스크린이 사방으로 들어차 있는데 사운드까지 강렬해서 전율이 올 정도의 작품이 있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 이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 한번 더 봤다.
Beer DeLuxe
여기저기 가든이 많은데 다들 규모도 크다. 보타닉가든, 피츠로이가든을 오가며 산책을 하고, 멍도 좀 때리다 저녁 먹으러
맛집은 따로 알아보고 오지 않아 지도 검색으로 온 펍은 시끌시끌하니 분위기가 좋았다. 맥주를 안 마실 수 없는 분위기라 버거에 맥주 한 잔 하이 약간의 술기운이 돌며 여행을 기분이 더 좋게 만든다. 버거도 적당히 맛있고, 맥주도 적당히 맛있고, 감자튀김이 진짜 맛있다. 다 먹고 잔과 바스켓을 반납대에 반납하니 직원이 땡큐베리머취~ 기분이 더 좋아진다.
숙소에 들어와 씻고 짐정리하고, 로비에서 오늘 정리 좀 하고 책 좀 읽다가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내일부터가 본격적인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