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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Aug 19. 2023

삶이라는 무의미에 의미 부여하기

김보통의 '사막의 왕'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D.P 개의 날'의 원작자 김보통이 쓴 다른 드라마 '사막의 왕'이 있다. '와차'에서 풀렸고 'D.P 개의 날'보다는 인기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 드라마가 더 좋다. 


이 드라마는 누구도 하지 않는 작가 김보통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6개의 에피소드로 된 이야기에는 여러 주인공이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2화에 양동근이 주인공으로 나온 이야기다. 


양동근은 하루종일 종이에 동그라미만 빼곡히 그리기만 하면 1억 이상의 높은 연봉을 주는 어떤 회사에 다니고 있다. 양동근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바로 죽고 나서 12시간의 시간을 보너스로 더 살 수 있는 능력이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양동근은 12시간의 보너스 시간 동안에 떨어져서 살고 있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친딸과 놀아주는 것으로 보너스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남은 12시간 동안 딸과 놀려고 볼쌍사 납지만 친근한 동네 놀이공원을 찾은 양동근 


놀이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양동근과 딸이 밤하늘을 보면서 대화를 나눈다. 이미 양동근은 딸에게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자신은 외계인이라 이제 자기 별로 돌 가야 한다고' 되지도 않는 구라를 친 상태다. 그리고 의연한 딸은 덤덤하게 그 구라를 받아들인 상태다^^;;


아빠와 딸은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아빠는 뭐 하느라 그동안 나랑 많이 놀아주지 못했어?'


'회사에서 일하느라 바빴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데?'


'그냥.. 하루종일 종이에다가 동그라미를 그려.. 그다음에 다시 세모를 그리고.. 뭐 그런 일이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아무 의미 없잖아..'


'그래.. 아무 의미 없지.. 의미 없는 일을 하느라.. 아빠가 딸이랑 많이 놀아주지 못했네..'


회사에서 하루종일 종이에다가 동그라미를 그리는 드라마에서 설정한 양동근의 일은 '일'에 대한 작가의 농담이고 냉소이면서 통찰, 자기 성찰이기도 하다. 사실 우주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쓸모없는 일을 하느라 실제로는 딸과 충분히 놀아주지 못하다 죽는' 아빠의 이야기는 날카로운 냉소이기도 하지만 우리 세대가 지금처럼 애를 낳지 않는 '저출산'이란 현상의 은유이기도 하다고 멋대로 생각해 보았다. 결국 자식은 부모 삶의 무의미와 희생, 덧없음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자신보다 더 소중한 존재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2순위로 미루게 되는, 즉 무의미로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부모든 자식이든 사실상 삶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하루종일 딸과 놀아주기도, 종이에 동그라미를 잔뜩 그리는 것도 모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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