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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Oct 03. 2023

연휴의 끝에 생각해 보는 삶의 의미

삶의 의미는 잘 닳는 소모품이고 유통기한이 짧다

한때 만화가를 꿈꾸었던 나는 이제는 만화가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재미있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한때 그리고 싶었던 스타일의 만화가 누군가에 의해서 새로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이너 한 예술적 취향이 주류가 되어간다고 볼 수도 있고 저변이 넓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김정연의 '혼자를 기르는 법'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혐규'의 만화를 보고 이제 내가 생각했던 극단이 만화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의 우울과 자기혐오, 부조리, 염세, 인류의 암울한 미래 대해 어떠한 가식 없이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만화다.


"드디어 이런 만화를 그리는 작가가 나타났다."라는 평은 과장이 아니다. 현대 사회의 예술가로서 이 정도보다 센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얘기는 바로 '지적 공동체로서의 인류의 자기혐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한 개인의 우울과 염세'이다.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6년 연휴의 마지막날이다. 게으르고 생각 많은 일중독자는 연휴가 별로 좋지 않다. 시간이 많으면 나는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이건 무조건 백전백패의 지는 게임이다. 삶에는 사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혐규의 만화중 하나다. 삶의 의미는 잘 닿는 소모품이고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자주 갈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삶의 의미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그러기 쉽지 않다. 작가는 삶의 의미를 제때 갈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살, 교회 다니기, 결혼, 자식 낳아서 기르기'등을 한다고 했지만 나는 반대로 그런 것들이 큰 범위에서 삶의 의미를 대체하는데 보통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종교는 '삶의 의미'를 대리하고 위탁하는데 아주 좋다. '애 키우기'가 가장 강력한 삶의 의미 1번인 건 말할 것도 없다. 보통 애는 자기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평생을 삶의 의미라고 생각하면서 살 수 있다.


이 브런치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일'에 대한 것이다. 나는 '일중독'에 상당 부분 빠지면서 삶의 의미를 위탁했다. 개인적으로 너무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종교나 출산은 트렌드가 지고 있지만 '일'이라는 거대한 트렌드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천하의 게으름뱅이라 휴일이나 연휴에는 쉽게 게으름에 빠진다. 토일 주말에는 어떻게 나의 게으름을 다스릴지는 이제 알았다. 실제 최근에 내가 주말에 일하는 시간은 평일의 70% 정도다. 그런데 이번 연휴에는 이게 상당 부분 무너졌다. 쉬고 놀면서 재충전은 커녕 우성 기분이 안 좋다. 심지어는 몸도 더 피곤한다.


다음 주에 있을 한글날 연휴에는 별도의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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