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감옥가도 스튜디오 사진을 찍는 조민의 멘털이 부러운 정유라에게
내가 20대 중후 반경, 엄마가 아파서 5개월 정도 생사를 오가며 병원에 있었던 적이 있다. 사람이 살면서 제일 불행한 순간 중 하나가 직계 가족이 큰 병으로 투병중일 때다. 어떤 조사에서는 이 기간이 길어지면 가족의 죽음보다 더 인생에서 힘든 순간이 된다고 한다. 인간의 죽음은 불가역적이고 그래서 차라리 수용과 체념을 쉽게 만든다. 하지만 가족이 오랫동안 큰 병으로 아프면, 그리고 그 기간이 6개월, 1년 이렇게 늘어나면 인간이 피폐해진다. 물론 당사자가 아픈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몇 달 뒤 엄마는 회복되고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지내고 있지만 그 5개월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 하나로 기억된다.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첫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는 당시 인기였던 스노 보드를 겨울마다 몇 번씩 타곤 했다. 스노 보드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즐겼던 것 같다. 그러다 다니던 회사의 전 직원이 2박 3일로 강원도에 있는 스키장으로 워크숍을 가게 되었다. 어딘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강원도에서 당시 가장 큰 스키장였다. 그때 나는 슬로프가 작은 경기도권의 스키장만 몇 번 가본 적만 있어서 강원도에 있는 큰 스키장을 가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엄마가 병원에 있어서 차마 스키장을 갈 수 없었다. 가족이 아파서 병원에 있는데 혼자 스키장에 가서 보드를 탄다는 게 죄스러웠다. 당시만 해도 워크숍은 모든 직원이 100% 참석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당시 팀장님과 인사팀에게 몇 번의 설명을 하고 워크숍을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뒤로 10년 동안 스키장을 가지 않았다.
나이가 좀 더 들어서 그때를 생각하면 그때 워크숍으로 스키장을 갔었어야 했다는 작은 후회가 남는다. 그때 나는 엄마가 아프긴 했지만 당연히 회사는 당연히 다녔고 한동안 간병인을 썼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엄청 풍족하진 않았지만 힘들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자주 엄마 간병을 갔었던 것 같지도 않다. 엄마가 막 아프기 시작했을 때 나는 밥도 잘 안 먹고 걱정만 했다. 우울증때문에 병원도 갔다. 하지만 내가 밥을 맛없게 먹는다고 엄마가 빨리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걱정을 한다고 당시 엄마의 고통이 경감되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죽어서 삼년상을 해도 부모는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조국의 딸 조민, 그녀의 엄마 정겸심은 감옥에 있다. 조국도 언제 감옥에 갈지 모른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그녀가 방송에도 나오고 인스타그램도 시작했다. 그리고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엄마가 감옥에 있는데 맛집을 가고, 여행을 가고, 취미 생활을 하고, 스튜디오 사진을 찍는 그녀는 지난 몇년간 어떤 심경 변화는 겪었을까? 부모가 아프거나 어떤 고통의 상태에 있으면 자식은 어떤 태도로 세상을 살아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엄마가 감옥에 있든, 중환자실에 있든, 자식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온 힘을 다해서 감옥에 있는 가족을 나오게 하거나 안 아프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감옥을 부시고 가서 엄마를 탈옥시킬 수도 없고 아빠의 불치병을 마법이나 기도로 고칠 수도 없다.
우리의 삶에서 당위는 하나다.
'이왕 태어났으면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전 우주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우리의 엄마, 아빠다.
역시 엄마가 감옥에 있고 아마도 정경심보다 더 오래 감옥에 있을 엄마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페이스북에 썼다. '엄마가 감옥에 있는데 스튜디오 사진을 찍는 조민의 멘털이 부럽다' 나는 이 말이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정유라는 조미의 멘탈이 진짜 부러울 것이다. 왜냐하면 조민은 엄청난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 당당하게 사람들앞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민은 지금도 힘들 것이다. 엄마가 감옥에 가면 안 힘든 자식이 있을까? 그 고통은 보통사람의 상상의 범위를 넘어선다. 조민도 힘든 내면의 갈등과 번뇌를 통해 조금씩 자신과 세상의 한계를 뚫고 당당하게 한발 내딛고 있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녀의 스튜디오 사진도 그 고통의 과정을 거친 당찬 한 걸음이다.
정유라, 부러우면 지는 거다. 당신도 조민처럼 스튜디오 사진을 찍고 맛집을 가시라. 당신의 행복을 우주에서 가장 바라는 건 당신의 부모다.
*얼마 전에 몇십 년 만에 강원도의 스키장에 가서 보드를 탔다. 그때 워크숍으로 갔던 같은 곳인지 모르겠는데 20대 때 기대했던 것보다 스키장은 작았다. 나는 더 더 성장했고 더 컸다. 앞으로 나는 나에게든, 내 가족에게든 어떤 시련과 고통이 와도 틈틈이 그 안에서 내 삶을 즐기고 행복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당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