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노동자의 성과와 보상은 갈수록 극단으로 갈린다
(커피숍에서 옆자리에 앉은 은퇴한 60대 아저씨의 은퇴후 일없음의 무료함과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음에 대한 한탄의 대화를 듣고 쓰는 글..)
나는 급여 노동자로 회사를 다닐 때 휴가를 거의 쓰지 않았다(천성적으로 게을러서 일도 미루고 휴가도 미룬다ㅜㅠ). 쓸수 있는 휴가의 10~15%정도만 쓴거 같다. 그래서 퇴사시에 안쓴 휴가에 대해 돈으로 지급 처리를 해야하는 한국 회사를 다닐때는 퇴직금과 함께 꽤 많은 돈을 추가로 받았다. 물론 나는 직원들이 휴가 신청을 하면 특별한 일이 아니면(북한이 미국 서부로 대륙간 탄도탄을 날린다거나 외계인의 지구 침공 정도만 아니면..) 90% 승인한다. 승인을 할때 마다 '아.. 휴가란게 있었구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 휴가를 안쓴 이유는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다.
1. 특히 2012년부터 디지털 마케팅 관련일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업무 환경이 온라인, 모바일로 확실히 바뀌면서 휴가동안에도 일과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차피 휴가내서 일할거.. 휴가를 안내게 되었다.
2.천성이 게을러서 휴가를 써도 딱히 할게 없었다. 휴가를 내서 해외 여행을 간적이 평생 딱 한번이다.
3. 일할때 가장 행복하다. 행복하다기보다 덜 불안하고 마음이 편해진다. 인간은 행동할때 불안이 없어진다.
4.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특히 2013년부터는 휴가를 내지 않고도 내 일정을 맘대로 할수 있는 회사에 다녔던 이유가 가장 컸다. 내 일정과 업무 시간에 신경쓰기보다 나를 믿어주는 상관을 만났고 그런 상급자가 같은 공간(한국 사무실)에 없는 회사를 다녔다.
15년전에도 지금도 기본적으로 앨런튜닝의 시초로서 발전시킨 '컴퓨터'란 기계 앞에서 일을 하는 내 노동환경은 동일하다. 하지만 '노트북'이란 유동성이 있는 디바이스와 역시 '스마트폰'이란 더 가볍고 유동적인 기기, 그리고 여러 업무환경의 변화때문에 사실상 나도 많은 지식노동자처럼 하루종일 일과 붙어 있다. 자기전과 기상 후에 노트북으로 가장 먼저 보는게 회사의 매출과 지출이고 스마트폰으로 온갖 푸시 알림이 온다. 클라이언트나 파트너 회사, 일로 알게된 여러 지인들의 카톡, 직원들의 슬랙, 각종 플래폼에서 오는 뉴스레터, 알림 메일, 전세계 이곳저곳 회사들에서 오는 각종 메일들.. 끝도 없다. 비교해보면 나는 '초연결'이 된 상태로 일과 연결되어 있던 최근 10년이 그 전보다 더 행복했다.
디지털로 된 제작물과 컨텐츠, 정보와 지식, 데이터, 실시간으로 변하는 매출 등 각종 수치로 먹고 사는 IT종사자로서 이런 실시간 업무 환경에 싫거나 적응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다른 일을 알아보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A.직원으로서든 자본가로서든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매출이 발생하는 일이라면(커머스, 게임등 각종 컨텐츠, 디지털 광고, 데이터 관련 등등의 일..) 당연히 정해진 업무 시간 외에도 일하는 걸 감수를 해야 한다.
B.산업이 고도화되고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지식 노동자는 성과는 결국 양 극단으로 갈릴수 밖에 없다. 결국 많이 알고 많이 일하고 많이 연결될수록 성공하고 평범함과 적당함은 도퇴된다.
C.클라이언트나 일로 만난 사람이 저녁시간에, 주말에 오면 감사하게 생각하자.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때가 더 괴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