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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아 Nov 09. 2021

01. 성격


“너 성격 엄청 좋다, 역시 세아는 엄청 착하네”


어렸을 땐 이 말이 어찌나 좋았는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성격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 착한 사람으로만 기억되고 싶은 것. 그래서 난 타인이 듣기 좋은 말과 다수가 원하는 선택을 하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먹고 싶은 것,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들을 쉽게 포기하고 있었다. 그저 어떤 것을 선택해도 다 상관없다, 괜찮다는 그럴듯한 포장과 함께 말이다. 선택 장애가 아니냐고들 하지만 사실 내가 좋고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그건 아니고, 그저 다수의 의견에 조용히 따르며 선택의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처음에는 이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가정환경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첫째이기 때문에 항상 양보하면서 모범을 보여야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항상 참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따랐다. 나를 자랑하거나 드러내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주목받고 싶지 않았고, 성격 좋은 착한 아이로만 남았으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중하면서 가깝다고 느낀 누군가에게 버림받거나 비난받는 일이 너무나도 두려웠기에 내 선택과 감정을 무시하고 살아왔다. 내가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타인의 요구에 즉각적, 순종적인 반응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살면서도 상처는 꾸준히 받았다. 상처가 곪아가는 것도 모른 채…


그러다 보니 나를 사랑하는 법을 점점 잊어가고, 내가 어떤 성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교 내 학생 상담센터에 찾아가서 MBTI 성격유형 검사, 애니어그램 테스트, 그림 심리테스트 등 나에 대해 알고자 많이 노력했다. 영화를 보면서 평소에 숨겨왔던 감정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됐고, 2년 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나를 더 알아가기 시작했다. 내 성격이 이렇구나, 뭘 하면 행복한지를 깨닫는다. 요즘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참 좋다. 나를 더욱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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