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줄 수 있겠니 #02
그래 알아 나는 내가 돌보는 거야
자신을 부정하며 겪었던 수많은 계절 속에 나는, 계절 나기에 실패해 죽어가는 저어새와 같았다. 삶이 나를 사랑할 때까지 나는 삶을 짝사랑할 뿐이었다. 자신에게 사랑을 건네는 방법을 몰랐던 저어새는 자신이 아픈 줄도 몰랐다. 태어나 처음으로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저어새는 자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삶의 여행자가 되어갔다.
세상에게 부정 당한 아픔 대신 나에게 부정 당한 아픔을 알아갔던 이야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내 삶의 첫사랑이 되어야 할 존재에 대한 이야기
날 소중히 여기겠다 선언하는 것
마음속으로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를 돌보는 태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은 행동으로부터 시작된다. 소리 내어 말하며 나에게 스스로 자문하는 것이다. 날 소중히 여기겠다는 선언은 나의 생각들로 사고하고, 내가 가진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겠다는 태도다. 그 누구도 나만큼 나의 감정에 참여할 수는 없다.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나는 과거 일상생활 또는 대인관계 속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일에 익숙했다. 나의 생각과 감정, 행동과 같이 내가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부분을 외면했던 것이다. 이는 내가 존재하려는 의지를 거절하는 것과 같았다. 현재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려 하며 나의 생각을 기꺼이 표현한다. 이는 외부에 의해 나의 마음이 휘둘리지 않도록 나의 생각과 감정으로 내 행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때로는 힘든 상황이 우리의 감정을 괴롭힐 때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그만큼 힘들고 벅찬 일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기 쉽다. 하지만 나의 아픈 마음과 상황도 온전히 경험해야 한다. 힘든 일이라도 마주하며 경험하는 것, 즉 내가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정적인 사건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길 원한다. 내가 가진 상처나 어두운 면을 변화하는 일 또한 자신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나의 상처를 모른 체하고 외면한다면 누가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겠는가. 만약 당신이 슬픈 상황에서도 난 슬프지 않다고 자신의 마음을 부정했다면, 자신을 보살필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하고 내가 겪는 슬픈 마음을 방치했던 것이다.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당신에게 가짜 마음은 말할 것이다. "불안해하지 마 별거 아니야."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나의 불안한 감정을 부정하려는 태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가짜 마음을 이겨내고 진짜 나의 마음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진짜 마음은 말한다. "불안한 게 당연한 거야. 하지만 이 불안을 이겨내고 잘해보려는 내가 정말 대견해." 닥쳤던 두려움을 늘 외면했던 내가, 두렵지만 이겨낼 수 있다며 나를 응원한다. 나아가 침착하게 묘안을 생각해 내는 성장한 나를 발견한다. 겁이 나도 겁나지 않은 척, 무서워도 무섭지 않은 척을 하는 행동은, 나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낼 자신의 잠재 요소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왜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자신에게 질문해 보자. 나의 힘든 점을 알아주며 돌봐주는 자신의 태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이는 나라는 가장 든든하고 친한 친구를 두는 것과 같다.
나의 잘못된 점을 받아들이고 바로잡는 과정
나아가 자신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태도다. 누구나 잘못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묻고 스스로 꾸짖기보단 정당화를 통해 쉽게 넘어가려 한다. 나의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그 행동에 대한 이유와 동기를 마주하는 것 또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도 있어야 한다. 이는 자신을 나무라는 것이 아닌 잘못된 점을 뉘우치며 나를 보살피기 위한 과정이다. 자신의 잘못된 점을 부정하며 나의 행동을 외면하는 태도는 나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자신의 문제를 의식하고 자각한다면 도망치고 싶었던 막막한 문제가, 풀어낼 수 있는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되 관용의 자세를 함께 갖추다면, 나의 잘못된 점을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결점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의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결점을 문제로만 인식한다면 그 결점은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아 자신을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나아가 스스로의 약점을 규정짓는 행위나 다름없다. 성장이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부터 영감을 받는다. 때문에 자신이 미리 단정 지은 약점의 틀에 사로잡힌다면, 지금 자신에게서 정체될 것이다. 결점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결점도 자신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며 또 다른 개선점을 찾아내는 사람과, 그저 자신의 결점을 외면하며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겪는 고난을 앞서 부정하기보단 기꺼이 경험하려는 이는, 자신이 느끼는 힘든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해소할 수 있을까 자신만의 출구를 찾아보려 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해결 방안과 받아들임을 통해 결국 개선점을 찾는다. 이는 다음에 겪을 고난에 더욱 손쉽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내가 변화하며 쌓아가는 성장 과정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지금껏 자신이 지켜왔던 관계 속에서 나의 성장에 대한 자부심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우리는 이런 관계에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을 비롯해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에 맞서고 더욱 단단한 자신이 된다면 내게 껄끄러운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이다. 반대로 나에게 필요한 긍정적인 관계는 더욱 건강하게 지속될 것이다. 나쁜 관계의 사람은 내가 드러낸 결점을 이용하려 하지만, 좋은 관계의 사람은 나의 결점을 함께 받아들이며 나의 성장에 동일한 행복을 느낀다. 인생에 있어 언젠가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살피기 전에 당장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내 마음에게 먼저 다가서는 깨달음일 것이다. 내 마음의 보호자는 타인이 아닌 자신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갖춘 훌륭한 모습, 부족한 모습, 마음속에 자리한 욕망의 모습 또한 모두 당신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를 부정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자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자신의 잘못된 점을 부정하는 태도에서 나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모습까지 가려지지 않도록 늘 스스로의 가능성과 능력을 믿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길을 막고 있는 것이 스스로를 부정했던 나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졌던 것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며 나를 기만했던 탓은 아닐까. 나를 돌보는 일은 자신을 믿고 받아들이겠다는 용기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