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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17. 2022

자산의 원가

자산의 원가는 어떻게 측정되어야 하는가?

주식, 부동산, 금, 적금이나 보험까지 우리는 수많은 자산을 소유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모든 자산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자산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예금 계좌를 매매할 수는 없지만, 주식은 손가락만 까딱 하면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매매에는 언제나 '가격'의 문제가 따라온다. '얼마에 사야 적정한 가격일까? 얼마에 팔아야 할까?' 이런 질문은 자산을 매매할 때, 특히 비싼 자산을 매매하는 경우 아주 중요한 고민이다. 식료품, 필기구, 전자제품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거래도 많이 일어나고 대체재도 많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적정 가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물건은 만들 때 원가가 정해지고, 경쟁시장에서는 이윤을 마음대로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자산, 소위 말하는 '자산'은 다르다. 만들 때 들어가는 원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시장에서 비슷한 상품이 거래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과연 금융자산의 원가, 그리고 적정 가격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먼저 원가부터 이야기하면, 자산의 원가는 그것을 만들 때 들어간 비용 대신 '그것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현금흐름이라고 하니 어색한 단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자산을 가짐으로 인해서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다. 주식을 사면 배당금, 부동산은 월세 혹은 전세금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 만기에 받을 수 있는 적금 수령액, 보험금 같은 것들이 모두 현금흐름이다. 대개 나가는 돈은 매매할 때 지출되는 세금이 주를 이루는데 보험 같은 경우에는 보험료를 꾸준히 납입하는 상품이라면 앞으로 납입해야 할 보험료도 나가는 돈이다.


아무튼, 일단 자산이라고 하면 금과 같은 독특한 유형을 제외하고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그 자산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현금흐름을 잘 모아두면 그게 자산의 원가가 된다. 이때 현금흐름을 잘 모으려면 '시간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금융에서는 오늘의 100만 원과 내일의 100만 원이 같지 않다. 오늘 100만 원을 받았으면 투자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내일의 100만 원보다 좋게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투자해서 손실만 보는 세상이라면 내일의 100만 원이 더 클 수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안전하게 얻을 수 있는 투자 수익률을 고민해서 그 수익률을 사용해서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뒤 더해야 현금흐름을 잘 모은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기업이나 부동산이 영원히 존속한다는 가정 하에 현금흐름이 무한정 발생하게 되는데, 우리는 시간가치를 고려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영원히 발생한다고 해도 원가가 무한대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현금흐름 자체가 계속 커진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 있지만 영원히 배당이나 월세가 커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니 자산의 원가는 현금흐름을 만들고, 적정한 투자수익률을 따져서 그것을 할인한 뒤 더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월세 50만 원씩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일단 이 부동산의 원가는 매달 50만 원을 할인해서 더한 금액이 된다. 50만 원, 49만 9천 원, 49만 8천 원... 이런 식이 될 텐데 할인은 복리로 적용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씩 줄어드는 것처럼 보여도 먼 미래의 현금은 빠르게 작아지게 된다.


다만, 원가가 이렇다고 해서 자산의 가격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른 물건이 원가에 마진을 붙여서 거래하는 것처럼 자산도 원가에 마진을 붙여서 거래한다. 그리고 자산의 특징은 이 '마진'이 결정되는 과정에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관여하며, 아주 커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대체제가 많은 다른 물품은 대개 경쟁하는 과정에서 마진이 적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금융자산의 마진에는 그런 개념이 없다. 특히나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데 미래가 창창해 보일수록,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록 급격히 커지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의 신뢰가 마진의 기반이 되기도 하는데, '금'같은 자산이 대표적이다. 금은 사실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은 아니다. 그러니 금은 원가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금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는 순수하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마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가는 없는데 마진으로만 구성되는 일부 자산은 신용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은 아주 오랜 시간 신용을 쌓아 온 자산이기 때문에 붕괴될 일이 거의 없다.


마진이 가진 복잡한 성격 때문에 자산의 가격을 원가에 맞춰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원가는 자산 가격의 기반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자산이 시장 환경이나 심리적 요인에 따라 가격의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원가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원가를 너무 많이 벗어난 고평가 자산은 시장 환경이 불안정하게 변하면 언제든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격을 논할 때 마음 한편 깊숙한 곳에서는 항상 원가에 대한 생각을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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