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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28. 2022

ESG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돈의 관점에서 본 ESG의 영향과 의미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줄여서 ESG라 부르는 개념이 근래 들어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이러한 개념이 존재했지만 최근 들어 달라진 것은 이들의 중요성이 아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이 가장 우선해야 할 목적인 '이윤 추구'를 잠시 포기하면서까지 이 가치를 지키는 경우가 종종 생긴 것이 상징적인 순간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단기적인 이윤 추구를 포기할 때도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ESG를 지켜야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고, 장기적으로는 이 가치를 지키는 것이 이윤 추구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설명이 붙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눈앞의 이익보다 더 큰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커다란 변화이다.


우리는 ESG를 지속가능성, 공동체와 같은 윤리적 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ESG에 신경을 쓰는 기업이 이야기하듯 ESG는 투자와도 직결되며, 기업에 대한 평가가 기업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다. 그러니 우리는 ESG를 경제적인, 혹은 금융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비교적 순수한 '돈'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ESG는 어떤 영향과 의미를 가질까?


일단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투자'가능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ESG가 주는 윤리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이익만 보이는 곳이 아닌 ESG의 가치가 보이는 곳에 투자하길 원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회나 세대, 그리고 각 개인별 차이에 따라 이익과 가치 사이의 우선순위는 다르겠지만 전반적인 경향으로 봤을 때는 과거보다 분명히 가치에 우선을 두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가치에 중심을 두는 경향이 커지다 보니 그들의 투자금은 ESG를 향한다. 그리고 금융에서 투자는 언제나 좋은 일이다. 기업이 돈이 부족해서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고, 거기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투자다. 쉽게 말해 투자는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ESG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결국에는 이윤으로 돌아온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ESG는 장점만 가지고 있지 않다. 장점만 가진 것이었다면 기업들은 굳이 하라고 하지 않아도 예전부터 ESG를 실천했을 것이다. ESG가 가진 단점은, 비교적 순수한 돈의 관점에서 보면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뭔가 변하게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환경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려면 환경친화적인 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오염을 줄일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해야 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버려야 한다. 이 모든 일은 돈이 드는 일이다. 대개 환경친화적인 제품보다는 그렇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게 더 쉽고, 시설에 대한 투자는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 환경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기업이 사회에 뭔가 베푼다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캠페인에 투자하고, 시설을 짓고, 봉사활동을 한다. 좋은 의미라는 관점에서는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돈의 관점에서는 비용을 쓰는 일, 아니면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다.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도 다르지 않다.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인위적으로 돈을 움직여야 하고 돈을 움직이는 일은 반드시 비용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ESG로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기업 인식을 좋게 만들어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엄청난 비용의 상승을 알게 모르게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비용의 상승은 비단 기업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은 아무리 가치가 중요하다고 해도 이윤이 가장 먼저 오기 때문에 상승한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시키게 된다.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판매가가 비싸진다. ESG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이다.


ESG는 변화다. 변화는 비용을 수반하고, 비용은 가격의 상승을 일으킨다. 돈의 관점에서 본 ESG의 단점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러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고 할지라도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기업이 쉽사리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당장 눈앞에 있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ESG로의 전환을 위해 물가 상승 압박을 주는 것이 더욱 부담스러운 일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증시가 오히려 활성화되던 시기에 ESG에 대한 이야기가 수시로 나왔던 것과 달리 요즘은 물가 상승에 대한 이야기가 경제를 지배하고, ESG는 조금 뒤로 물러선 것처럼 보이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마 지금의 물가 상승을 잘 헤쳐나가지 못하는 한 ESG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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