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하루

나는 고양이

by 개세기

16시간을 잔다.

흐린 날이면 더 깊이 잠들고,

비가 오기라도 하면 온 몸이 비에 홀딱 젖은듯 우울감에 푹 젖어 침대에서 헤엄한다.

아침 햇살이라도 얼굴을 비추면 슬그머니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햇빛은 반가운 게 아니라 피해야 할 무언가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햇님의 반댓말은 침대인것 같다.

침대는 솜사탕 같이 달콤하고 온몸을 감싼 이불의 촉감은 너무나 부드러워 나는 녹아내린다.


하지만,

사실 침대는 늪이고 부드러운 이불은 나를 유혹하는 구렁이인것이다.

우울의 지옥, 이곳에서라면 도달할 수 없는 지옥의 끝을 보기 전까지 헤어나올 수 을 것만 같다.

침대와 핸드폰 하나라면 온 세상의 희노애락을 그 위에서 다 느끼면서 죽은 후에도 지옥일지도...

도망쳐! 문득 든 무시무시한 생각에 밖으로 뛰쳐 나간다.

가장 볕이 잘 드는 곳에 젖은 배게를 말리고

퉁퉁 부은 눈을 부비며 밖으로 나가 조그마한 햇살을 받으면서 걷는다.


나는 우울 고양이

오늘은 햇살을 따라간다.

맑은날, 그 따뜻함을 찾아 밖으로 나선다.

흐린날은, 여전히 침대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벗어날 수 없는 유혹에 빠진다.

"날씨 따위에 왜 영향을 받아?" 라고 하지만

이건 천재지변이야!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걸!


때로는 날씨때문에 우울해도 괜찮아

조금 더 제멋대로

스스로를 이해하고, 너그럽게 용서하는 삶.


고양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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