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늘 기뻐하지만은 않는다. -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
고요한 원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형광등 하나에 빛을 의지하고 있다. 매트리스 위에 쪼그려 앉는다. 멍하다. 생각에 빠져든다.
지금 나는 왜 여기에 있는거지? 어쩌다 이렇게 나이를 먹게 되었지? 어쩌다 이 회사에 다니게 되었지?
물 흐르듯 살다보니 어쩌다 지금의 '나'가 되었다.
지금의 '나'에 대해서는 잘 알겠다. 어떤 모습인지 어떤 처지인지 현재 경험하고 있으니.
그런데 만약에...
그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더 괜찮게. 더 멋있게.
과거의 '나'를 소환한다.
그때 왜 그랬어?
왜 그걸 하지 않았어?
조금 더 하지 그랬어?
더 열심히 하지 그랬어?
과거의 '나'는 어이가 없다.
지금의 '너'가 과거의 '나'야! 내 탓하지 마!
지금의 '나'가 과거의 '나'를 탓하고 싶었다. 분리하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책임전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다르다 해도, 결국 시간의 실로 연결되어 결국 만날 수 밖에 없다.
그럴 때면 '내'가 싫어진다.
지금의 '나'. 곧 과거의 '나'가 된다. 미래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다.
만약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탓하고 원망한다면?
억울할 것이다.
너무 나한테 그러지 마. 너는 이 길을 걸어봤겠지만 나는 아니야. 이번이 처음이란 말이야. 그래서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 나도 답답하다고. 그렇게 날 미워하지만 말고 나한테 뭐라도 알려주고 가던가. 그러지도 못할 거면서 내 탓만 하니?
그냥... 날 좋아해 주면 안 될까? 최고의 나를 너에게 물려주지 못하겠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아등바등 살고 있다고! 네가 몰라주면 누가 알아 주냐?! 너를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의 나를 포기하지 않는 거야. 그 사실 하나만으로...
지금을 포기하지 않는 '나'.
기특하다. 잘 살아줘서 고맙다.
네가 잘 견뎌줘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요즘 지나치게 잘 살고 싶었나봐. 그래서 욕심을 냈어. 욕심이 지나쳐서 너에게까지 흘러넘쳤어.
네가 물려준 나를 당연해하지 않고, 고마워하며 살게.
미안.
'나'는 '나'의 인생의 결정과 여정에 흡족해하지 않는다.
그건 훗날의 '나'가 '나'에게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란히 걸음을 맞추며 걷고 있다.
우리는 하나고 함께이다.
사과를 한다. 미안하다. 원망해서.
감사를 전한다. 고맙다. 버텨줘서.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