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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바람에 뺨이 얼얼했던 '애드민턴'

뜻밖에 호캉스 한 애드민턴, 좋은 선택이었다

내 마지막 여행의 마지막 도시, 애드민턴(Edmonton). 

사실 애드민턴은 정말 볼 게 없는 소도시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이왕 캘거리 까지 간 김에 하루 정도 애드민턴을 둘러보고 싶었다.

처음 딱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느껴지는 눈바람이 날 맞이했다.

애드먼튼에서 내려서 가장 먼저 간 곳은 'Alberta legislature building' , 유럽풍 양식이 한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었다.

일요일 낮이기도 했고, 워낙에 추운 날이었어서 그런지 길거리와 주요 명소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혼자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혼자서 행동하는 것을 즐기고 또 때로는 그 외로움 마저 잘 적응해 나가는 것 같다.

사실 캐나다에 오고 나서 단 하루도 집에 박혀 있었던 날이 없었는데, 제한이 있는 캐나다 라이프이기에 하루 하루 알차게 보내고 싶기도 했고 방에 혼자 누워 있으면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 해 지는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의 나를 살펴보니, 혼자서 노는 것을 좋아하지 혼자 아무것도 안하는 '나'를 좋아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겨울인지라 이미 6시만 되도 해가 저물고 깜깜한 밤이 되어 있다.

애드먼튼의 역사적 명소라고 하는 old strathcona 라는 길거리를 돌았는데,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은 소도시의 길거리 였다.

높은 건물 하나 없이 벽돌로 이루어진 작은 상점들은 호프집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고, 미용실, 옷가게 등 없을 게 없었다.

날이 춥기도 하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비싼 숙소를 잡았기도 해서.

야식거리와 맥주를 사들고 호텔로 급히 향했다. 뜻하지 않게 혼자서 그 넓은 호텔을 쓰면서 호캉스를 온전히 즐겼던 밤.

역시 따듯한 이불자리가 최고다.

이 날 밤에도 온전히 마음 정리를 하고 또 미래에 대한 에너지도 얻고자 사진첩을 살펴보았다.

사슴군과의 많은 추억들을 읽고, 듣고, 보며 캐나다에서의 추억으로 남겨질 수 밖에 없는 선택에 슬프기도 했지만 그 시간동안 이 친구와 이렇게 많은 추억을 쌓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했다.

언젠가 친구로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이제는 '나'를 더 생각하고자 다짐한 여행.

그 다음날 아침, 체크 아웃시간까지 야무지게 쉬다가 광장에 나가보았다.

이 광장은 'sir winston churchill square' 라는 곳인데, 그 옆에 아트 갤러리를 갈 계획이었어서 겸사 겸사 들렸다. 하지만 이게 왠걸, 아트 갤러리가 문을 닫는 월요일이었다.

충격을 뒤로하고 급하게 계획을 변경해 부랴부랴 향한 곳은 애드민턴의 최대 규모 쇼핑몰이었다. 

사실, 이 쇼핑몰이 애드민턴 관광코스 1순위로 뽑히는 곳인데 도심을 더 둘러보고 싶었던 나는 과감히 계획에서 지웠었다.

우연히 아트 갤러리가 문을 닫고, 또 급하게 계획이 바껴 오게 된 곳.

여행도 인생도 역시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그럼에도 바뀐 계획에 또 새로운 만남과 기회와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이로써 또 삶의 교훈을 얻었다.

애드민턴에서 벤투버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아름다운 노을빛을 보았다.

이제는 딱 일주일 남은 내 캐나다 라이프,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게 흘러갈 줄 상상이나 했을까.

그럼에도 그 시간만큼이나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도전했고, 경험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았다.

또 이번 여행을 통해 진정 그 친구와 서로의 안녕을 빌어 준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다.

이게 혼여(혼자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내 마음을 온전히 돌아 볼 수 있고 정리할 수 있다는 것.


한국에 돌아가서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 곳곳을 혼자 떠돌아 보고 싶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큰 백팩을 하나 장만해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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