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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산책하는 백수일지

'Say good bye' 를 빌미로 신선놀음하던 지난 날들

캐나다에 와서 딱 한가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점이 있다.

바로 단 하루도 집 안에만 머물지 않는 다는 것.

아무리 비가 오고, 눈이 오고, 피곤하더라도 홀로 산책을 한다던가 친구들을 만나던가, 혹은 밋업 자리에 나가곤 했다.

이제 한국행이 며칠 안남았기 때문에 1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Say good bye time'을 가졌다.


음식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하루 하루 그간의 친구들을 만나고 작은 선물을 전달했던 날들.

항상 외식을 했던 탓인지 1월 마지막 달은 생활 식비가 인생 최고비용으로 나갔다.

벤쿠버에서 유명한 한식집 '고수' 막창 순대가 일품이다



지금까지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어학원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들인데,

일본인 친구들은 뭐랄까... 가끔은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나 비슷한 결로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 한국과 일본의 국가관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관계이다.


캐나다 생활을 하면서 달라진 점들 중 하나는, 일본 사람들을 대하는 그리고 생각하는 나의 태도이다.

사실 이전에는 일본인들에 대한 벽과 부정적 감정이 있었는데 이곳에 와서 나와 잘 맞는 일본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대화하며 그 '고정관념'이 말끔히 사라졌다.


우연히 찾아간 식당인데, 알고보니 유명한 맛집! 낮술로 맥주 3캔이나 들이킨 날


일본 친구들은 거리도 가깝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언젠가는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웃으면서 다시 만나자 했던 날들.

그들과의 작별인사는 슬프지도, 아쉽지도 않은 그저 벤쿠버에서의 짧은 저녁식사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사슴군과의 작별은 그렇게 힘들었는지. 왜 나만 그를 친구로서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지... 내가 도쿄에 간다 한들, 그에게 연락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항상 먹으러만 다닌 것은 아니다.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다운타운 내 나의 최애 플레이스를 참 많이 걸어다녔다.

똑같은 길가임에도 그 때마다 느끼는 감정과 드는 생각,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의 촉감 등 모든게 새로웠다.

항상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결국 사슴군과 오랜 시간을 앉아있던 벤치나, 같이 거닐던 거리들.


언젠가 내 귀국날이 다가오면 이곳에 앉아 그를 그리워 할 것이라는 생각은 막연하게 있었는데,

그 시간이 현실로 다가오니 참 오만가지의 생각과 감정이 들긴 한다.

벤쿠버 다운타운은 참 예쁘다, 어학연수생 입장이어서 그런 것일 수 있겠지만 모든 길목들이 지나갈 때 마다 화보 그 자체였다.

벤쿠버에서의 지난 7개월은 살면서 두고 두고 그리워하는 내 인생의 '한여름밤' 같은 시기였을 것이다.

마지막이 다가오는 만큼, 그간 나와 함께 지낸 룸메이트들에게 맛있는 한 끼로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다.

남아있는 요리쟤료까지 야무지게 이용해 맛깔나는 한식 한 상을 차렸다.

모든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나까지 보람찬 저녁이었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지만, 언젠가 우리는 또 볼 수 있겠지. 

어느순간부터 한 그룹에 들어가면 절대 막내는 아니였는데, 생각해보면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따라오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동생들이 이뻐보이니... 언니로서 동생들을 더 챙겨줘야지.


선셋비치에서 우연히 만난 캐나다 구스

벤쿠버에 온 지 얼마 안됐을 때, 한 여름 처음으로 잉글리쉬 베이에 갔다.

그 때 보았던 수많은 캐나다 구스가 몹시 인상적이었는데 겨울이 되고서야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돌이켜 보면 캐나다에 와서 공부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대화하고, 이해 속 공감을 했던 것 같다. 

나보다 인복이 좋은 사람들고 있겠지만 나는 나 조차도 이 사람들이 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 줬다는 생각은 들었다.


D-2가 남은 날 밤, 돌아가기 싫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나를 감싸지만 그럼에도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나의 모습에 설렘이 찾아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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