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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10월의 어느날

영화덕질하기 딱 좋은 'VIFF'로 시작하고 끝난 한달

벤쿠버에 오기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행사는 VIFF(Vancouv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였다.

나름 영화 쪽에 일을 했었고, 앞으로도 하고 싶어 하는 한 사람으로서 벤쿠버에서의 필름 페스티벌은 꼭 즐겨야 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벤쿠버의 여름이 후다닥 지나가고...

그리고 어느덧 벤쿠버의 가을이 왔다.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흐른 건 야속하지만, 그럼에도 벤쿠버 필름 페스티벌이 왔기에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아시안 영화들 중, 당연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었다. 

먼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정말 찐..?) 은퇴작 <The Boy and the Heron>,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EVIL DOES NOT EXIST>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Monster> 등 기대작들이 많았다. 

나의 기대작 모두가 일본 작품들이었지만, 눈에 띄는 한국 작품들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도 상영을 했고, 특별 섹션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도 많은 외국인들의 인기를 얻어 뿌듯했다.


가장 먼저 본 영화는 고ㅔ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몬스터> 라는 영화였는데, 그 전 작품 <브로커>보다 더 인상깊었다. 

그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담담하게 가족애를 담아내는 시선과 일본 특유의 전경을 보여주는 씬들이 그의 스타일이라 생각했는데, <브로커>는 그런 매력을 느끼지 못해 아쉬웠던 작품이다.

<몬스터>에서는 그의 스타일을 다시 느낄 수 있었지만 영어 자막과 영화 보기전에 마신 맥주의 취기로 인해 중간에 졸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어 자막으로 다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몬스터>


그 다음에는 예상치 않게 새로운 작품을 접할 수 있었는데, 바로 매즈 미켈슨이 주연을 맡은 <The promised land>였다. 

사슴군과 함께 봤던 작품인데, 생각보다 어려웠던 자막 수준으로 온전히 스토리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다.


그 후에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EVIL DOES NOT EXIST>를 운좋게 볼 수 있었다. 

VIFF에서 시도한 영화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 할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났고, 대사가 주를 이뤘던 그의 전 작품들과는 달리 대사의 비중보다는 씬의 시각적 비중이 큰 작품이었다.

거의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음에도 너무나 빨리 흘러서 "벌써 끝났어?" 라고 일본친구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나의 인생 영화 <화양연화>

벤쿠버 필름 페스티벌의 주요 시즌이 끝나고 우연히 발견한 새로운 스케줄.

바로, 나의 인생영화라 칭할 수 있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가 아니던가.


이 영화는 무조건 영화관에서 봐야한다는 신념으로 심한 숙취를 안고 영화관을 갔었던 한국에서의 지난 날이 생각났다. 이번에는 절대 숙취를 안고 가진 않으리라...

했지만 전날 도수 높은 맥주 두캔을 달려서, 늦잠을 잤다.(하지만 숙취는 없었다 ^^)

한국에서는 혼자 봐서 좋았고, 벤쿠버에서는 둘이 봐서 또 다른 의미로 좋았다.


이 작품은 언제봐도 진하고, 인상적이고, 세련되고, 새롭다.

그리고 그 진한 여운과 진한 사랑이 어쩌면 너무나 현실적이여서 슬프다. 

이런 감정을 주는 작품을 살면서 또 만날 수 있을까. 왕가위 감독보다 더 좋아할 수 있는 감독을 내가 만날 수 있을까. 

 

10월은, 한마디로 정말 영화로웠던 나날이었다.

영화관도 자주 갔고, 영화도 많이 봤고.

영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영화같던 추억들도 많이 만들었다.

내년의 10월은 과연 나에게 어떤 달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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