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같은 일들이 이루어 지기를 바래
얼떨결레(하지만 치열하게 기획된) 가게 된 나나이모섬(Nanaimo island) !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나,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나라는 존재가 이 공간에 없었으면 좋겠을 때.
그런 때였다, 그래서 사슴군과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망을 쳤다.
나나이모섬의 날씨는 그닥 좋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 최악은 아니였다.
여행 가기 전까지 제발 날씨 좋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지만 역시 벤쿠버는 레인(rain)쿠버라는 닉값을 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가을의 끝자락을 나나이모에서 즐길 수 있었다.
나나이모의 자연은 벤쿠버보다 훨씬 진했고, 컬러풀했다.
형형색색의 붉은색과 노란색 그리고 초록색, 주황색이 알록달록하게 길을 물들이고 있었다.
비가 왔음에도 좋았고, 낭만적이였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 오지 않을 계절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을까.
우연히 같은 색의 후드를 입어서 인지, 정말 커플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런 착각과 그런 추억은 미래의 나에게 해로운데 어쩔 수 없구나.!
나나이모섬의 다운타운은 정말 한적했고, 벤쿠버의 다운타운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낭만이 있었다.
평일에 비오는 가을이니,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이후에 한 브루어리에 가서 맥주를 마셨는데, 맥주에 미쳐 사진을 찍지 못했다.
워낙에 술을 안마시는 사슴군이 맥주를 여러잔 마셨는데 정말 그에게도 휴가이긴 한가보다.
나나이모섬의 밤도 예뻤다. 사실 8시 즈음의 시간이었는데 캐나다는 이미 오후 5시만 되면 어두운 밤이 된다.
한국은 어떨까. 다 잊어버렸다. 이 시간에 얼마나 어두웠는지.
그 다음날 부지런히 준비하고 향한 곳은 파피퍼스 라군 공원(Pipers Ladoon park)
날씨만 좀 더 좋았더라면 맘껏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 전날보다 더 추운 날씨와 비로 가는 길목만 살짝 둘러보고 컴백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는데 모든 시간들이 평화로웠고 행복했다.
언젠가 그리워 할 시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지만.
그리워하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는 영화같은 일이 내 삶에 다시금 일어나길 바란다.
안녕, 나나이모! 다시 만나자.
혼자서든 둘이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