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에 치이고, 팀플에 치이고.... PT까지 해야하는 찐 대학생 모먼트
영어를 배운다고 왔는데, 영어는 안쓰고 영상 편집을 하고 있다.
영상을 편집하면서 머릿 속으로는 '이게 맞나...?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수십번은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영상 편집은 차라리 기술이라도 늘지, 장비를 다루는 수업이나 주구장창 영화 제작 팀플만 하는 다른 수업들은 어떤 의미인가 싶다.
랭기지 스쿨을 3개월 다니면서 졸업할 때 즈음에는 지루해 빨리 컬리지 스쿨로 올라가고 싶었는데,
새삼스럽게 랭기지 스쿨이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영화학과 전공 새내기들은 '병아리' 그자체다.
어린 친구들이 영화를 좋아하는 게 눈에 선명히 보였고, 이런 열정이면 이후에영화 산업에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이미 늙은 건가 ... )
쉬는시간에 재잘 재잘 웃소 떠드는 그들을 바라볼 때면 같은 반 친구라기보다는 언니 혹은 엄마같은 마음이 더 크다. 이렇게 또 한국인의 정이 쌓이는 건가 싶다.
한편으로는 또 내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나 싶은 마음에 최대한 열심히, 하지만 스트레스는 안받게 적당히 공부하고 있다.
대학생 때도 팀프로젝트보다는 개인 과제를 선호했던지라 팀플이 유난히 많은 영화 전공이 잘 맞진 않다.
영화 전공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나날들이다.
한편으로 영화전공 수업을 선택한 게 나의 미래에 큰 메세지를 준 것도 감사하다.
이전까지 영화 업계에서 (발만 살짝 담근) 일할 때는 '영화'란 그저 비즈니스의 콘텐츠, 상품, 작품 정도의 소재였다면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백, 수천번은 고민하고 치열하게 계산하는... 어쩌면 창작자들의 수명을 줄여가면서까지 만들어 내는 120분간의 예술이 아닐까 싶다.
동선, 트래킹, 앵글, 렌즈, 헤어, 코스튬, 컬러 ... 그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이 모든 것을 일깨워 준 만큼 이후 한국에서 다시 같은 업계에서 일을 한다면... 그들의 창작물에 감사함을 느끼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날도 몇달이 채 남지 않았다.
약 두달 반이 남았는데, 그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고 후회없이 지내다 현실로 복귀하고 싶다.
26살, 나의 일생에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고 결정한 지난 시간의 나에게 정말 감사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