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가 소개

나는 2가 좋다

배움을 즐기는 2

by 말과맘


나는 숫자 2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2는 눈에 많이 띄지 않아서 좋다. 1이 있기 때문이다. 간혹 어디에선가 1이 되면 불편했다. 시골 학교 우리 반에서 내가 뭔가를 제일 잘했다고 할 때 그랬다. 담임 선생님께서 나에게 뭔가 더 기대하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면 다른 반의 1을 찾아 기웃거렸다. 여지없이 다른 반에는 나보다 더 잘하는 친구가 있다. 그가 더 큰 칭찬을 받고 나도 적당한 칭찬을 받을 때가 좋았다. 나의 불안이 사라진다. 1인 친구와 나는 금방 친해질 수 있다. 나는 계속 발전한다. 옆에 1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수많은 1을 곁에 두는 호사를 누렸다.


아주 가끔 학교를 대표할 때도 있었다. 그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가 이 정도에 그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겼다. 우리 학교 대표인데 내가 이웃 학교보다 못해서 실망하실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을 남모르게 상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학교의 1들을 보면 발전할 거리가 생겼다. 질투는 내 취향은 아니다. 뒷걸음치는 태도 같아 달갑지 않다. 난 1에게 칭찬을 잘한다. 내가 두려워하는 1의 수고를 그가 대신해 주기 때문에 고맙다. 그렇다고 사람들은 2를 보고 못한다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부족한 부분이 뭔지 1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2는 참 좋다. 늘 나를 2로 만들면서 발전할 수 있었고, 그래서 눈치 안 보고 '나는 나'로 사는 자유를 누렸다.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시골 마을을 떠나 도시로 더 큰 도시로 세계로 눈을 돌릴 줄 알게 되면서, 어린이에서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면서 1에 대한 불안증은 많이 해소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내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1이 있다. 그들로 인해 내 삶은 풍요해진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누구나 연륜이 쌓이면 1인 영역을 하나씩은 가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누구를 만나도 그가 어떤 영역에서 1인지 나는 금방 알아차린다.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할 때 팀원들은 서로 우리 팀에 있어 고맙다고 했다. 그들이 어떤 면에서 1인지 나는 금방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1이라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마다 가진 장점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칭찬하면 그만이다. 아이들이 크는 동안 이런저런 어머니 모임을 할 때도 각자의 1이 발휘되어 모임은 잘 돌아갔다. 힘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자들이 만드는 팀워크에 매료된 적이 많았다. 코로나 시국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요즘은 대부분의 사회생활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온라인 모임에서는 협업이 더 신속하고 큰 규모로 손쉽게 이뤄진다. 하나보더 여럿은 강하다.


나는 여전히 2가 좋다. 그리고 이젠 내가 그 무엇에 1이라 칭찬해도 지장을 받지 않는다. 이 큰 세상에서 그 어떤 1도 실상은 미미한 존재임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걸 알게 되어 다행스럽다. 숫자에 상관없이 나는 이제 불안하지 않고 그저 ‘나는 나’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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