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고마워 5

by injury time

정신 차리고 라면이나 끓여먹으려고 물을 올렸다.

문득 정말 오랜만에 헤어진 그가 생각났다. 라면을 잘 끓이던 그였다. 꼭 라면을 다 끓이고 불을 끈 후 치즈를 한 장 올렸었다. 꼬들꼬들 면발과 노란 치즈가 엉켜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순간, 그때, 생각이 났다. '칭찬 고마워'

내가 라면 맛있게 끓였다고 할 때 했던 그의 말, '칭찬 고마워'

그는 자주 내게 '칭찬 고마워'라고 말했었었다. 깊고 굵고 가볍고 낮은 목소리로 내 눈을 바라보며 늘 '칭찬 고마워'라고 말해줬었다. 잊고 있었다.


그가 고장 난 배드민턴 라켓을 고친 후 내가 그의 턱밑을 간질이면 '칭찬 고마워' 했었고, 구하기 힘든 공연 티켓을 구해와서 내가 좋아라하며 그의 턱을 간질였을 때도 '칭찬 고마워' 했었고, 그의 연봉협상에서 작년보다 연봉이 올랐다고 했을때 내가 너무 좋아서 그의 턱을 어루만졌을 때도 그는 강아지처럼 좋아하며 '칭찬 고마워' 했었다. 그가 내 성감대를 잘 알아채고 만져줄 때, 내가 그의 턱을 간질이면 그는 또 '칭찬 고마워' 했었다. 그때 내가 그를 얼마나 세게 안아주었는지 모른다. 그가 켁켁 거리며 숨 막혀했지만 나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었다.

그의 '칭찬 고마워'를 잊고 있었다니.

생각해보니 그가 놓고간 장갑이 겨울서랍장 안에 있었다. 칭찬고마워가 잃어버렸다는 바로 그 장갑이다.


나는 당장 그와 나만 아는 헤어졌던 사연을 써서 브런치에 올렸다. 그리고 나는 칭찬 고마워를 기다린다.


지잉~


브런치 알람이 왔다. 칭찬 고마워의 댓글이다.<끝>








칭찬 고마워(번외)




종서와 헤어진 지 1시간.

종서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나는 떠나지 못하고 줄담배만 피우고 있다.




종서와 헤어진 지 12시간.

내가 대체 뭘 한 거지 모르겠다. 종서 옆에서 수습하고 기다렸어야 했다. 종서의 집에 놓고 온 장갑이 생각났다. 찾으러 갈까?



종서와 헤어진 지 일주일.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한다. 수시로 종서와의 카톡 대화를 보고 화면 속 그녀의 사진들을 보며 내내 휴대폰 액정안의 종서 얼굴과 그녀의 이야기만 쓰다듬는다.




종서와 헤어진 지 한 달째.

퇴근 후면 누워있고, 주말이면 하루종일 잔다. 우연히 Daum 메인에 뜬 갑질 은행 고객 사연의 글을 읽었다. 꽤 재미있었고 작가의 다른 글들도 좋아서 처음으로 구독이란 걸 눌렀다. 무료했는데 타임의 글은 늘 유쾌해서 좋았다. 문득 종서 생각도 났다. 혹시 종서 아닐까, 글 속에 자꾸 그녀가 보였다.


이를테면


하지요를 꼭 히흫으로 썼던 하지효,, 쓴다든지,

쿵쾅쿵쾅 쿵쾅 흉내말을 꼭 세 번씩 쓴다든지,

자, 그럼 이제부터 이렇게 먼저 '자'자를 앞에 붙인다던지,

같이 찾아보아요, 우리 이렇게 주어를 맨 나중에 붙이는 거.


나는 종서가 그리울 때면 종서를 닮은 그녀의 브런치로 들어갔다.

타임과 가까워진 듯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계속 몰래몰래 글을 주고받았다. 종서 일리가 없다. 종서는 자주 우울했고, 감정표현에 미숙했다. 타임처럼 유쾌하지는 않았다. 브런치 작가라는 게 대단해 보였을까, 일반인은 아닌듯했다. 종서 일리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조금씩 타임에게 마음이 가는걸 느낀다.


타임이 글을 발행했다.

'헤어졌었어야만 하는 이유'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펼쳤다.


그리고 알았다.

정말 전종서다!


칭찬고마워 : 종서야, 내가 지금 전화할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가을을 향합니다. 콧바람 부는 날, 브런치에서 몰래몰래 사랑들 꽃피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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