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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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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jury time Nov 27. 2021

사랑의 이데아

열개의 문장으로 된 소설입니다.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섹스 중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섹스 후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섹스 전에 사랑한다고 말한 여자는 두 살 많은 국문과 선배였는데, 그녀가  옆라인이 20센티는 벌어진, 무릎까지 내려온 H라인 스커트를 입고 있는 걸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고, 그녀를 학교 동아리방 작은 소파에 눕힐 때 그가 참지 못하고 섹스 전에 내뱉어 버린 말이었다. 그 후 인사동 피맛골에서 만난 그녀는 그보다 네 살 아래였는데 나름 경제관도 뚜렷하고 행실이 마음에 들어 그의 문간방에 데려와 자주 섹스를 했고, 그는 그녀의 레몬맛에 취해 섹스 중에 사랑한다고 말해 버린 후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한다. 등단 20년 만에 그가 드디어 이상문학상을 받던 날, 옆라인이 50센티 터진 H라인 스커트를 입은 작가 지망생 아가씨와 신사동 노보텔에서 섹스를 했던 그는 나가려는 그녀의 등에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세 여자와 일주일에 한 번씩 섹스를 돌아가면서 하지만 더 이상 사랑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이젠 그녀들이 그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그의 인생은 섹스로 점철된 낭만주의, 이 시대의 최고의 작가가 되었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으며 그의 소설에는 깊은 사랑의 이데아가 들어있다며 세상은 열광했다.


그는 하필 공교롭게도 향년 69세에 이제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매독으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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