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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jury time May 01. 2021

이런 거에 욕심이 납니다.

진상입니다.

어제 이마트에 가서 막내가 좋아하는 연어회를 사지고 왔다. 장을 다 보고 계산대가려하는데 그가 슬슬 더 볼 게 있는지 카트를 밀고 멀리 사라졌다. 우리의 카트가 도착한 곳은 초밥 코너였다. 초밥 진열대 위 바구니에 수북이 쌓여있는 일회용 와사비장을 한 움큼 집어오는 그,

"이게 맛있어"

그는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카트 위 벗어 놓은 옷 사이에 그걸 숨겨놓는다. 그는 자주 마트에서 이걸 훔쳐온다. 굳이 회나 초밥을 사지 않을 때도 여행 갈 때 필요하다며 사람들 안 볼 때 그걸 자주 가져온다. 참, 궁상맞다. 몇개만 집어오면 될 것을 그렇게 한~~움큼 집어오는 그가 쪼잔해 보이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욕심부리는 게 하나 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애슐*리나 빕* 같은 뷔페에서 나올 때 꼭 쿠키를 냅킨에 왕창 쌓아서 훔쳐온 적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핑계지만 그건 내가 낸 만큼 음식을 많이 안 먹었으니 이 정도는 가져와도 된다는 욕심이다. 어떨땐 그것도 성에 안차서 아이들 양손에 바나나와 쿠키를 쥐게 하고 온 적도 있었다. 진상이다.


티타임에 이런 남편 흉을 보고 있는데 친구가 슬슬 자수하는 표정으로 털어놓는다.

"우리 남편은 모텔 수건을 그렇게 욕심을 내고 가져와요"

그 집 남편은 자주 출장을 가서 모텔에서 숙박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모텔 이런 문구가 쓰여있는 수건이 가정집 화장실에 떡허니 걸려있는 게 왠지 꼴불견 같아서 싫다며 가져오지 말라고 핀잔을 줬단다.

그녀와 나는 배꼽을 잡고 무슨무슨 모텔 이름이 쓰여있는 수건을 상상하며 웃었다.


오래된 부부는 익숙해진다. 그녀는 이제 **모텔 수건이 발 걸레로 요긴하게 쓰인다며 남편의 손버릇을 눈감아 준단다. 그러고 보니 와사비장이 집에서 만든 것보다 맛있긴 한 것 같다. 오늘 저녁은 연어를 예쁘게 썰어서 훔쳐온 와사비장에 살짝 찍어 맛나게 먹어야겠다.  

"여보, 그래도 이제 우리 그런 거 당당히 몇 개만 들고 오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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