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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jury time May 14. 2021

덜컥 등단하면 생기는 문제들

나는 이십몇 년 전 모 일간지 신춘문예에 소설 부문으로 덜컥 등단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했고 학생들 모두 고시 공부하듯 암암리에 문예지에 도전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2년의 도전만에 당선이 되었고 학과에서 큰 자랑거리로 여겼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소설을 쓰는 목표를 잃어버렸다. 졸업 후 취업을 했고 소설 쓰기를 한들 피드백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막막하기만 했다. 내가 만일 장편을 쓸 정도로 실력이 됐다면 원고를 들고 출판사 문을 두드렸어야 하나 싶다. 하지만 나는 겨우 단편 몇 편 습작한 게 다인 애송이였다.  등단 후, 아니 졸업 후 나는 작가로서의 길을 잃어 지금 여기까지 와있다.


얼마 전 가입만 해 놓고 안 들어가던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나를 알지도 모르는 사람'목록에서 같은 과 오빠를 발견했다. 그는 없는 형편에도 시를 꾸준히 써서 졸업 후 몇 년 뒤에 등단을 했고 아직도 시를 쓰는 '정말 시인'이 되었다. 그는 아마 나와는 비교도 안되게  진지하고 깊이 있게 문학을 대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얕은 문장실력과 재미로 운 좋게 당선되지 않았나 싶다. 학생 때 상금 300만 원은 큰 기쁨이었고 상금에 욕심이 나서 응모하고 글을 썼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막연하게 자기만족으로 글을 쓰다가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상금까지 받는 건 즐거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운 좋게 덜컥 등단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안일하게  주저앉게 될 거라 생각하니 등단 준비가 안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쥐약이었다. 


여기 작가들 중에 아직 젊고 풋풋하고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 왜 이렇게  흐뭇한지 모르겠다. 과거 30년 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희주님, 이래로님,  자경님, 강엑님, 신명진 님 등등등 보석같이 빛나는 그들을 보면 글이 올라왔다는 알람만 봐도 너무 설렌다. 열심히 읽어주고 댓글 달아주며 응원하고 싶다. 그들의 진지함이 얼마나 깊은지 알기에 정말 오래도록 글을 쓰길 바래본다. 그리고 두 눈 크게 뜨고 또 귀여운 작가님들을 찾아봐야겠다.(꼰대같이 작가님들에게 자꾸 귀엽다고 해서 죄송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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