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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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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jury time May 15. 2021

73년생 김지영입니다만 4.

남편은 아기가 무섭다며 빨리 죽기를 기다리는듯했다. 다니던 마트도  그만두고 시댁에서 먹고 자고 하고 있었다. 나는 아기에게 먹일 젖을 유축하기 위해 젖 마사지사를 집으로 불러 마사지를 받고 초유를 먹이기 위해 한팩한팩 소중히 모아서 병원에 갖다 주었다. 아기는 아직 젖을 먹을 상태도 안되고 의식이 없다. 온몸에 주삿바늘과 반창고로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은 처참했다.

우리나라에서 600g에 태어난 아기도 살려서 지금도 잘 살고 있다는 기사를 보며 나는 작은 희망을 가졌다. 미숙아 생존율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고 했다. 난 아기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한 달쯤 되어갔을까. 남편은 가끔 내 눈치를 보며 포장음식을 사 와 내 앞에 놓고 갔지만 나는 음식을 입안에 넣을 수가 없었다. 아기가 젖을 물지 않으니 일반 산모처럼 젖이 나오지 않고 한 방울 한 방울 억지로 짜야만 했다.


병원에서 오늘이 고비라며 준비하라고 연락이 왔다. 유축기로 젖을 모으다 말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가는 도중에 아기는....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수술 후유증으로 패혈증에 걸려 더 이상 이겨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날 처음으로 스스로 오줌을 눈 날이기도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기는 그렇게 한 달여간 인큐베이터 생활을 하다가 엄마 젖 한 방울도 못 먹은 채, 엄마 품에 한 번도 안겨보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떠나버렸다.


아기는 영안실로 옮겨졌다. 아기의 마지막 모습은 생기가 다 빠져버린 고무인형처럼 축 늘어져 하얀 천싸개밀가루 반죽처럼 납짝하게 달라붙어있었다. 눈이고 입이고 모든 살이 이제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는 듯이 영혼 없이 식어버다. 갓난아기는 대게 화장시킨다고 했다. 나는 시신을 화장한다는 서류에 서명을 했고 하얀 손장갑을 낀 담당자는 아기를 하얀 천에 돌돌 말아서 대형 냉동창고에 넣어버렸다. 언뜻 봐도 그  안에 우리 아기 같은 하얀 싸개에 쌓인 덩어리들이 대여섯 개 모여있었다. 우리 아기도 그 위에 같이 포개졌다. 화장은 한날한시에 합동으로 진행되고 석 달 안에 화장터로 오거나 편할 대로 하라고 안내를 받았다.

남편에게 정신없이 연락했지만 남편은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나타났다. 어머니를 대동하고 나타나 나에게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무사히 지옥이 끝났냐고 묻는듯했다. 어머니는 아기 살리지도 못하면서  병원비만 많이 나왔다며  병원 욕을 해댔다.

더 이상 남편은 내편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직 자식을 놔주지 못하는 어머니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남편을 더 이상 봐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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