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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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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jury time May 16. 2021

73년생 김지영입니다만 5.

2021년 03월 16일 15시 30분 **추모공원에서 김지영 님 아기의 장례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내 아기의 장례 일정이 문자로 왔다. 그동안 친정언니의 도움으로 몸조리를 해서 몸과 마음이 많이 회복되었다. 마지막 아기의  떠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나는 단정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이제 남편은 더 이상 부르지 않아도 된다.  잘 정리된 이혼 서류를 남편이 있는 어머니댁으로 빠른 등기 우편을 접수하고 돌아왔다.


아기들이 한꺼번에 불구덩이로 들어갔다. 그리고 5분도 안돼서 아기들은 불씨와 함께 사그라들었다.

참여한 보호자는 나밖에 없었다. 다른 아기 엄마들은 아마 또다시 아기를 되짚으며 불행을 맞닥뜨리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다행히 우리 아기는 어깻죽지에 어느새 솜털이 뽀송 자라더니 이내 천사가 되어 꽃잎과 함께 가볍게 파란 하늘로 떠올랐다. 벚꽃이 바글바글 핀 것을 보고서야 봄이 와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뭐든 새롭게 시작하기 딱 좋은 날이다.  73년생 나 김지영은,  83년생 김지영보다 얼굴도 못생겼고, 10년 늙었고, 게다가 아기도 없고, 남편도 없고, 게다가 이혼녀다.  이제 그녀들과 함께 맨몸으로 세상에 던져질 것이다. 어 터지고, 엎어지고, 때론 뒤쳐지고, 거대한 편견과 싸워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운명을 당당하게 맞설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막, 막, 막, 의지가 불타오른다.  무대에  홀로 서있는 연극배우처럼 봄햇살이 나에게만 눈부시게 유난히 쏟아지는 날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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