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요즘 성당에 빠졌다. 원래 우리 집 식구들은 무교였는데, 방배동에 살면서 교회에 다니셨고(이건 순전히 사교모임 같은 거 같았다) 한참 코로나로 교회문을 닫자, 교회를 끊고 계셨다가 최근에 뜬금없이 성당에 다닌다고 했다. 성당을 다니면서 일요일마다 30분씩 교리를 배우고 기도도 한다고 했다. 왜 늘그막에 종교에 빠졌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말에 특별히 일이 없으니 소일거리 삼아 성당에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매번 끊임없이 뭘 시도하는 엄마 아빠다.
성당에 촛불 3개를 켰다고 한다. 하나는 내 꺼, 나머지 두 개는 동생네 얘들 2명이다. 조카 두 명과 내 촛불이라니, 뭔 조합일까?
몸이 안 좋은 순서인 것 같다. 조카 두 명은 건강이 안 좋아 정기검진을 수시로 해야 했고.... 나도,
부모님은 이 세 개의 촛불을 켜고 세명을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매주 일요일마다 천 원씩 3000원을 내고 기도를 한다는데 뭔 말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지난 3월에 대대대대수술을 받았다. 심장판막치환술, 10년 만의 재수술이었다. 심장에 손을 대는 거니 큰 수술이고 재수술이니 위험부담도 컸다. 나는 부모님에게 재수술을 알리지 않고 수술을 했다. 평소에 엄마는 내 병(심장이 안 좋아 잦은 병치레를 하는)을 친척들에게 알리고 다녔고,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의 걱정 섞인 안부전화가 부담스러웠다.
- 니가 골고루 안 먹어서 그래.
- 니가 운동을 안 해서 그래.
- 니가 쓸데없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래.
- 니가 살쪄서 그래.
- 니가 관리를 안 해서 그래.
엄마뿐만 아니라, 친척들은 안부전화로 내 탓만 했다. 내 병은 그냥 선천적으로 판막이 안 좋아서 합병증으로 그런 것뿐인데도 심장판막증에 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내 잘못이라고만 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도 재수술을 알리지 않고 그것을 감행했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면회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3월이었다. 그리고 어찌어찌 살아나서 2주 만에 움직이게 됐고 가족들과도 상봉하게 되었다.
병원 1층 로비에서 아들들과 만나기로 했다. 입장 난처한 남편은 수술 당일 엄마한테 수술 사실을 밝혔고, 수술 후 회복되고 연락하여 엄마와 통화도 했었던 참이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 가족이 오던 날 엄마 아빠도 나를 보러 온다고 했다.
수술 후 겨우 수액 거치대에 의지한 체 아들들을 맞이했다.
2주 만에 만난 아들들은 훌쩍 커버려서 멀리 보니 완전 훈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들들을 보자마자 한 명씩 끌아 안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당연히 아들들은 엉덩이를 오리궁뎅이처럼 쭉 뺀 채 상체만 내게 맡긴 모습으로 안겼다. 언제 엄마가 풀어줄까 초를 세는 듯했다.
그래도 나는 풀어주지 않고 아들들의 단내를 맡으며 한참을 울었다.
그때 친정엄마랑 아빠도 뭘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한산한 벤치에 앉아 그동안의 사연들을 쏟아내며 한참 동안 위로를 했다. 무리하면 안 된다며 남편이 먼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나도 이제 그만 가라고 인사하고 뒤돌아 서는데 엄마가
"한번 안아보자, 우리 딸"
하는 거다. 나와 아들들의 안아주는 모습이 부러웠나 보다. 생전 서로 안아주고말고 한적 없는 모녀지간이었다. 나는 민망하게 엄마에게 상체를 맡겼다. 그리고 엄마가 나를 언제 풀어줄지 마치 우리 아들처럼 초를 셌다. 쩝;;
며칠 후 엄마가 백만 원을 현금으로 뽑아서 봉투에 넣어 가지고 오셨다. 병원비에 보태 쓰라고 남편에게 건네 주자 남편이 덥석 봉투를 받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엄마가 돌아가고 난 후 남편에게
"왜 그 돈을 받아? 보험금으로 병원비는 차고 넘치는데?"
"원래 큰 수술 하면 서로 품앗이하는 거야. 나중에 부모님 편찮으시면 우리가 또 보태드릴 텐데 뭐.."
'사위 자식 개자식'이 맞는 거 같다. 나는 내 비상금 통장에서 백만 원을 꺼내 슬쩍 엄마에게 다시 넣어줬다.
이번 주 일요일에 성당 끝나고 나에게 내려온다고 했다. 선물로 멜론을 한 상자 받았는데 엄마 아빠는 멜론 맛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리 먹으란다. 주말이면 우리가 올라갈 수도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그거 갖다 주러 내려온단다. 남편은 차 막힌다고 주말에 방배동 가는 걸 짜증냈고, 부모님은 기꺼이 내려오는 거는 안 막힌다며 번번이 나를 만나러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