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대 버네사 본스 박사의 실험에 의하면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은 "도와주세요" 또는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에서는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겠지'라고 생각해 먼저 손을 내밀지 않거나 '괜히 나섰다가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며 돌아섭니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도와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지만, 힘들어도 안감힘을 써서 버틸 수 있는 상황에서는 도움을 잘 요청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22년 서울 종로구의 낡은 주택에서 노모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수도요금이 1~2월간 90만원이나 청구된 점이 이상하게 느낀 수도사업소 직원이 현장 점검을 나섰다가 시신을 발견했는데 방문 당시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물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당시 모자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웠으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해 어렵게 생활을 이어가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내성적이고 위축되어 있을수록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힘듭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탓하고 싶지만 그럴 용기도 없고,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게 없기 때문에 나를 공격하고, 나를 욕하게 됩니다. '네가 못나서 이렇게 된 거야…', '넌 왜 이것밖에 안되니…', '너라는 인간은 어디에 써먹어야 될지 모르겠다…'라고 나 스스로를 자책하고 괴롭힙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모든 일은 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일은 다 내가 무능하고 잘못돼서 일어난 일이다…"하고요.
사건이 터지면 상사는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뭐하고 이제 보고합니까?"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일이 잘못될 것 같다"라고 보고하면 "왜 일이 터지지도 않았는데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그래요"라고 혼냅니다. 열심히 일을 할수록 혼나기만 하니 자연스럽게 최대한 사건을 잘 덮기 위해 노력합니다. 폭탄 돌리기라는 것을 알지만 내 차례에서만 터지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다 운이 나쁘게 딱 내 차례에서 일이 터지면 내가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합니다.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라도 나한테 불똥이 조금이라도 튈까봐 외면하기 바쁩니다.
강한 사람을 상대할 때는 그 사람보다 강하게 나가면서 상대를 휘어잡아야 하는데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들은 그게 잘 되지 않아 내면이 병들고 아프게 됩니다. 강한 사람은 강한 사람과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해야 하지만 꼭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같은 부서가 됩니다.
"나 기분 나빠", "화났어"리고 말하기보다는 꾹 참고 애써 무시하면서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합니다. 화가 나지 않아서 화를 안 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음에 돌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물 밑으로 가라앉는 중입니다.
내성적인 사람이 화를 냈을 때는 '더 이상 그 사람을 보지 않겠다'라는 각오를 하고 화를 내는 것입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은 그게 너무 힘듭니다. "나 힘들어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될까 봐 두렵고 겁이 납니다.
옛날에는 "요즘 젊은이들 무서워서 어디 말이나 붙이겠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나도 요즘 젊은이니까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속마음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게 무서웠는지 아무말 하지 못하고 꾹 참고만 있었습니다.
동료 선생님과 우리가 나이가 먹고 부장이 되면 이런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 게 있습니다.
부원들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는 부장님도 좋지만 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억울하게 당하고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 사람을 챙기는 상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확히 무슨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 옆반 선생님께서 우리 반으로 오셔서 학생들을 막 혼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반 아이들이 뭘 잘못했는데 혼내세요?"라고 말하시며 저희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셨습니다. 평소 엄격한 분이셨지만 '우리 반 애들은 혼내도 내가 혼낸다'는 생각이 강하셨습니다. 무섭게 혼내신 만큼 당근도 확실히 주셨습니다. 그래서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 부모가 된 후에도 선생님을 찾아오는 제자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에 나름 반항을 해보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가 엄청 혼난 적이 있습니다. 눈칫밥을 하도 많이 먹다 보니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공격하기 바빴습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니까 사람들이 나를 혼내는 것이고 나를 무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제가 부당하게 혼나고 있을 때 나서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 말, 부모 말을 잘 듣는 우등생들이 선생님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부당함에 대항해 싸우기보다는 순응하기 바쁩니다.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이 잘못했어"라고 말하기보다는 약자에게 "좋은 게 좋은 거지 네가 참고 넘어가"라고 말하거나 사과를 강요합니다. 괜히 잘못 끼어들었다가 귀찮은 상황을 만나게 될까 봐 못 본 척하고 돌아섭니다
모두가 이 사람이 이상하고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그 사람의 잘못된 점을 알려주려고 하기보다는 적당히 비유를 맞춰주면서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갈등상황은 안 좋은 것이고, 양보의 미덕을 가지라고 배워서 그런지 '그냥 나 하나 눈감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 상황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어떻게 잘 덮을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남의 일에 내 일처럼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지라퍼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상황에 대해서 아무도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으면 잘못된 상황이 올바른 상황이 됩니다.
아이를 훈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 시켜주는 것입니다. 말로는 "그러면 안 돼"라고 하면서 얼굴은 웃고 있으면 전혀 행동이 교정되지 않습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말 자체는 알아먹었어도 불쾌한 감정을 동반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됩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당한 사람이 강하게 나가는 것이지만 보통 강한 사람들은 사람을 봐가면서 괴롭히기 때문에 성격 좋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주 타깃으로 지목되어 속앓이를 하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내가 타긴이 아닐 수 있지만 타깃이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면 다음 타깃이 내가 될 수 있습니다. 타깃이 내가 되지 않더라도 좀 더 좋은 사회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아닌 일에는 아니라고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