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울을 보며 고대기를 하거나, 수업 중 화장을 고치고,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습니다.
"수업 시간이에요. 가방에 집어넣으세요"라고 한마디를 하면 거세게 반항을 하는 통에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과 실랑이를 하며 시간을 낭비할 바에는 그냥 외면하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두 눈 딱 감고 못 보고 못 들은 척 나만 참으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습니다.
어떤 학부모님께서는 매일 담임에게 전화해서 시댁욕, 직장욕을 합니다. 뭐라고 한말씀 드리고 싶지만 후폭풍이 무서워 아무말도 못하고 듣기만 합니다.
교사들이 "학교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 교권을 높여야 된다"라고 말하면 학창 시절에 억울하게 선생님께 맞았던 이야기를 하며 "자업자득이다. 교권을 높이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는 분이 계십니다. 저 역시 체벌이 허용됐던 시대에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 분들의 심정에 공감을 합니다. 죽도, 립스틱, 나뭇가지, 자 등 선생님 주의에 있던 모든 것이 매로 변했고 내가 잘못한게 없어도 잘못한 아이를 말리지 않았다고 맞았습니다. 전교 10등 안에 들지 못하는 학생은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고 하시면서 학생1, 학생2 로 불렀습니다.
한번은 한여름에 오리걸음으로 경사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단체 기압을 받다가 친구들이 빈열로 쓰러졌습니다. 시를 못 외웠다는 이유로 허벅지 가득 피멍이 들 정도로 회초리를 맞아 의자에 앉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그렇게 저를 무지막지하게 때렸던 선생님들은 이제 학교에 없습니다. 설사 학교에 있더라도 퇴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때처럼 하지 못합니다.
요즘은 학생들은 다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당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면 카메라를 켜 촬영을 합니다. 녹음기를 아이에게 들려 보내는 학부모님도 계시고 증거를 수집해야 된다고 반 친구들 모두 핸드폰을 제출하는데 혼자서만 안내고 우기는 학생도 있습니다.
SNS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학생을 체벌하는 순간 해당 사건과 관련된 영상과 사진이 바로 업로드되고 순식간에 여기저기로 퍼져나갑니다.그리고 몇일 안가 신문과 뉴스에 기사로 다뤄집니다.
아이가 아닌 어른이고 생계가 달려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예전처럼 학생들을 막 대할 수 있는 선생님이 얼마나 계실지 의문입니다.
이기적이긴 해도 교권이 낮아져서 아무것도 못하니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부모님께서 "선생님 우리 아이가 반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부탁하셔도 "제가 신경은 쓰겠지만 요즘은 '누구야. 누구랑 친하게 지내라'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우리반 내에서 학교 폭력이 터지면 예전에는 어떻게든 담임선에서 대화를 통해 화해시키려고 했지만 지금은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께 가서 신고하고 합니다. 괜히 담임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서 화해시키려고 했다가 잘못되면 "사건을 은폐, 축소했다"는 말을 들으며 책임을 옴팡 뒤집어쓰게 되기 때문에 그냥 "나는 아무런 권한이 없으니 어디로 가서 신고하세요"라고 말해줍니다. 하지만 이런 교사의 모습과 행동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점점 더 타인에 대한 이해력과 배려가 부족해지는 것 같습니다.
담임을 할 때 반 아이 중 몇 명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해서 진지하게 휴직을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학년부장님께서 저희 반에 들어오셔서 "담임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 주세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조용히 있다고 해서 모두 저를 힘들게 했던 몇 명의 학생들과 같은 의견은 아니라는 것을요….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담임보다는 그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 오랜 시간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말을 안 하고 있을 뿐 이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더군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정신과에 다닐 것 같지만 생각보다 정상적인 학생들이 정신과에 많이 다닙니다. '내 상식으로는 학생이 선생님한테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 '학교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배웠는데…' 등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께 가르침을 받아온 것과 너무도 다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당당하게 학교를 다니고 선생님들이 그 학생을 어떻게 하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불의에 대항해 싸워라"가 아니라 "적당히 더러워질 수 있어야해. 봐도 못본척, 들어도 못들은척 해야해. 안그러면 너만 힘들어져"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저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교권이 높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을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기본을 지키지 않은 학생들을 제지할 수 있는 힘이 선생님에게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도덕적이고 바른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습니다.
도덕적이고 바르게 살수록 또래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왕따당하기 십상이라면 그 어떤 누가 규칙과 질서를 지키려고 할까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는 속담처럼 몇몇의 권위주의적이고 이상한 선생님들을 제재하기 위해서 교권을 낮춰버리면 결국에는 착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어떤 집단이나 이상하고 못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이상하고 못된 사람들이 기득권을 잡지 않게 주위 사람들이 잘 잡아주면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착합니다. 착하니까 공부만 열심히 해서 교대, 사대에 가고 임용고시를 봐서 교사가 됐겠죠….
교권과 학생인권은 비례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권이 높아지면 학생인권이 낮아진다"처럼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남을 존중해야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내편, 네 편으로 편을 가르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을 들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