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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Nov 09. 2024

재건축, 리모델링: 샘플링, 리메이크

  몇일 전 아파트 단지 안을 산책하다가 [리모델링 반대]라는 현수막이 붙은 집을 보고 제 옆에 계시던 분께서 "본인 집을 리모델링하는건데 왜 현수막까지 붙이는거지?"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짧은 지식으로나마 "현수막에서 말하는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부분적으로 수선하는 것을 말하는 걸거예요…. 리모델링을 하면 건물의 수명이 연장되고 재건축이 뒤로 미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반대하는게 아닐까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재건축, 리모델링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재건축이란 기반 시설은 잘 갖추어진 아파트가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철거된 후 새롭게 다시 지어지는 것인 반면 리모델링은 골조는 그대로 두고 아파트 구조를 변경하는 것입니다.




  음악에 있어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각각 샘플링, 리메이크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샘플링이란 기존에 발매된 음악의 일부 구간을 잘라서 새로운 곡에 덧붙이는 방법으로 송민호의 <아낙네>는 <소양강처녀>를 샘플링해서 만든 곡입니다.

 K-pop 중에는 클래식을 샘플링해서 만든 음악들이 특히 많은데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 해서 만든 곡입니다. 이 밖에도 레드벨벳의 <Birthday>, 블랙핑크의 <Shut Down> 등이 있습니다.

 샘플링을 한 곡과 샘플링을 통해 만들어진 곡은 전혀 다른 곡입니다. 곡의 일부분만 가져왔기 때문에 틀린그림 찾기를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재건축을 하면 잘 갖춰진 기반 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샘플링은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한 멜로디를 들려주기 때문에 새로운 곡을 제시해도 어느정도의 익숙함과 대중성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대중의 선택을 받은 곡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작품성 또한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란 기존에 발표된 곡을 다른 아티스트가 새롭게 해석하여 다시 녹음하거나 발표하는 것으로 원곡의 멜로디와 가사를 유지하지만 편곡, 악기 구성, 보컬 스타일 등을 새롭게 바꿔서 만듭니다.

 리메이크는 원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신선함이 떨어지지만 잘만하면 특정 가수나 작곡가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습니다.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아이유만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색깔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 주었던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곡을 리메이크 하면 신곡(리메이크곡)과 기존곡(원곡) 모두가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리메이크 곡을 들으면 원작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시간대로 우리를 데려가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이유 앨범 '꽃갈피' / 사진=로엔 엔터테인먼트




  샘플링과 리메이크는 항상 저작권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저작권은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유효합니다. K-pop에서 클래식을 샘플링한 곡이 많은 이유는 클래식의 경우 대부분 작곡가가 사망한지 70년이 넘은 작품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남아있는 저작물의 경우 이익 배분을 어떻게 할건지 등을 사전에 협의해야 합니다.


 간혹 "리메이크 곡은 저작권이 없는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리메이크 곡도 원곡과 다른 새로운 요소나 창의적인 변형을 포함하고 있을 때는 독립적인 저작물로 인정받아 저작권이 부여되고 있습니다.


  샘플링을 통해 만들어진 곡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원작자의 동의를 얻고, 샘플링 했다는 것을 밝히면 됩니다. 다만 싸이가 <새>를 Bananarama(바나나라마)의 Venus(비너스)를 샘플링해서 만들고 <챔피언>을 비버리 힐스 캅(Beverly Hills Cop)의 OST인 엑셀F(Axel F) 샘플링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 처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겠지만요….




  요즘은 OSMU(One Source Multi Use)가 대세입니다. 웹소설 하나가 뜨면 그 이야기로 웹툰도 만들어지고, 드라마도 만들어집니다. 2023년 MBC에서 방영된 <열녀박씨 계약결혼뎐>도 웹소설이 원작인 드라마 입니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포스터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기존에 있는 것을 얼마나 새롭게 바라보느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똑같은 옷을 입어도 어떤 사람이 입으면 더 잘 어울리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 평범함 것도 특별한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나만의 색깔 내 시선으로 세상을 다채롭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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