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웬만하면 그 해의 마지막날 저녁이 되면 주변 가까운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 새해인사를 하려 한다. 2020년 12월 31일 저녁이 되었을 때 새해에는 소띠 그것도 흰소띠라는 해여서 더욱 들떠 동갑인 친구들에게는 특히 새해엔 우리의 해가 될 거라며 새해인사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카톡이 복선이 된 걸까..
내가 둘째를 갖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즈음 친구가 통화 중 사실 자신도 둘째가 생겼는데 초기라 조심하다 이제야 말한다는 말을 하며 서로 출산일을 맞춰보니 나와 거의 일주일정도차로 임신하게 된 걸 알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해 결혼한 친구가 바로 임신을 했다고 나에게 알려왔다. 그 친구는 첫애에 결혼직후 임신한 거라 정신없지만 꽤나 행복해 보였다. 이렇게 고등학교 때 나중에 친구랑
같은 시기에 임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의 결론을 마주하게 되었다.
첫아이와 대학병원투어로 멘탈이 왔다 갔다 하던 나에겐 고등학교 동창 친구 둘의 임신소식은 외롭던 순례길의 단비와도 같았다. 군대를 다녀온 적은 없지만 친구와 동반입대를 하면 이런 기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날을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그냥 재밌고 든든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둘째를 가진 친구는 4살 위로 형이 있어서 딸이었으면 좋겠다 했지만 둘째도 아들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워낙 소녀감성인 그 친구에겐 딸이 간절했던 것 같다.
나에게 슬며시 전화해 자긴 아들이라며 너는 ~? 하고 물어보곤 나도 아들이라는 대답에 그렇게 반가워하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우리의 노년은 이제 외로움의 연속일 거라며 자기는 울었다고 나에게 얘기해 주었다. 나는 친구에게 첫째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았던 터라 난 연년생이라 울시간 따윈 없어.. 하며 농담 섞인 어투로 대답했었다.
결혼직후 아이를 가진 또 다른 친구는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결혼생활이 시작되며 행복한 분주함이 시작된 듯했다. 그 친구와 남편도 내심 첫아이는 딸이길 기대했고 의사 선생님도 딸인 것 같다고 해서 더욱 신나 있었는데 몇 주 뒤 선생님이 잘못 본 것 같다며 아들이라는 말에 조금은 주춤했지만 아들이어서 아빠가 외롭지 않을 것 같다며 받아들였다. 그 뒤로 우리 셋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격려했고 무사히 출산했다.
예전에 같은 길 위에 있었던 우리는
어느새 각자의 인생길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듯했지만 잠시동안 같은 밤하늘에 별을 바라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