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5년 계약직 그리고 폐업
한때 직장인들의 로망이였던 까페. 다 차치하고 우선 회사에서 짤릴일 없어 좋겠다고 생각 들 한다. 오히려 내가 직원을 뽑고 나도 갑질 좀 해서 맘에 안들면 짤라버려야지 하는 생각 도 할 수 있다. 보통은 이렇게 억압받았던 사람들이 더 한 생각들을 할 수 있다. 아니 실제 로도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며 스트레스 받은 분들이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경우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참 나약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다.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어서 어디가서 커피한잔 마실라치면 꼭 티를 내곤 했다. 아마추어 기 질을 못 뗀 상태여서 그랬다. 내가 소위 커피 좀 한다고 유세를 떨고 싶었던 모양이다. 커 피가 신선하지 못하다. 우유 거품이 왜 이러냐. 이 품종이 그 품종 맞냐 등 온갖 재수없는 잘난체 질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보상심리라는 게 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타인이 가졌을 때 보통은 박탈감을 가지게 된다. 그 다음 단계는 내가 부릴 수 있는 만용을 통해 보상받으려 한다. 가령, 직장인의 삶은 예외가 거의없는 출퇴근의 삶 으로 그 자체가 고단함이며 직장생활은 곧 출퇴근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 정시출근을 해야만 한다. 반면, 자영업 사장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직원을 세운다면 얼마든지 출퇴근을 조율할 수 있다. 전날 무리를 해서 아침 정시출근이 어려울 경 우 직장인은 회사내의 절차와 눈총을 받으며 월차를 내야하지만 자영업 사장은 그럴 필요가 없이 사우나로 직행할 수 있다. 이때 자영업 사장은 생각한다. “난 눈치 볼 사람없어서 참 좋아 불쌍한 직장인들 같으니라구”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하 다. 여전히 회사를 나와 사장이 되어도 눈치를 봐야 할 회장님이 한 분 계시게 된다. 그 분 이 바로 건물주이다. 통상적으로 상가계약시 계약기간은 보통 2년으로 잡고, 1년 단위로 계약갱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상가임대차보호법 아래 5년간을 법적으로 보장 받는다. 쉽게 말해 2년 계약후 계약 만료가 되어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을 5년내에는 강제로 내보낼 수 없 다는 뜻이다. 이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최초 계약시점으로부터 5년을 의미하는 것이지 갱신 시점으로부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 역시 이 점이 헷갈려서 많은 부동산에 의뢰도 해 보았 는데 제대로 알고 있는 부동산 사장님들이 의외로 많지 않았다. 그만큼 상가계약은 일반 부 동산 계약과는 다른 특수한 영역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법이 다소 강 화되어 임차인을 보호하는 흐름으로 간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우리는 요즈음 PD수첩을 포함해서 시사매거진등에서 다루곤 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어떻 고 자영업자의 현실이 어떻고등 예전보단 자영업자의 아픔이나 고충을 다룬 프로그램들을 적지 않게 접할 수가 있다. 그만큼 그러한 케이스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지 만 현실의 변화는 역시나 더디다. 나 역시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확인했 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상권과 주인은 예외 일거라는 착각이 깨어지는데 시간은 다소 걸렸 지만 늦은만큼 여파는 강했다. 폐업이라는 것이 경우에 따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적 으로 집행되어질 수 있다는 현실앞에 몸서리쳤던 기억이 난다. 이는 아주 사소한 일로부터 비롯되는데 그래서 더욱 억울했다. 내가 운영하는 까페의 상가건물은 애시당초 여러 문제점 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문제점들이라는게 입주해서 바로바로 알아낼 수 없는 즉 계절의 변화와 함께 발생되는 누수나 역류문제 혹은 인프라상의 결점들이 많았다. 그렇다보 니 한해한해가 지나갈수록 불만사항들이 발생이 되는데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주체들이 도 무지 움직이질 않는 것이다. 상가라는 것은 보통 상가협의회를 통해 상가문제가 다루어지고 해결되어져야함에도 불구하 고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내가 두 개의 상가를 경험해 본 바인데 실제보면 영세상가로 이루어진 점주들은 상가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만한 현실적인 여유 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몇몇 기득권층(보통 관리비를 많이 내는 대형가게)들에 의해 상가운 영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았고 상가관리실이라는 것은 이름만 관리실이지 그 기득권층 과 결탁하여 문제해결보다는 업무편의 중심으로 상가를 운용했다. 또한 상가의 모든 문제들 은 돈문제로 직결되게 마련인데, 상가의 특성상 공용시설과 개인전용 시설의 구분이 모호해 관리비를 잘 내고도 실제는 전혀 관리를 받을 수 없는 불합리한 처사들이 한둘이 아니였다. 그 중에서도 내가 처음 창업한 첫 번째 상가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창업초기 관리실과의 마찰이 끊이질 않았다. 그럴때마다 나는 매번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의 실태를 알렸 다. 사실, 이는 중요한 포인트인데, 엄밀히 말하면 임차인은 월세와 관리비를 밀리지 않고 성실납부하는 조건으로 해당 점포를 빌려서 운영하는 것이기에 상가나 점포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해결을 요구할 권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관행적으로 우리나라의 상가계약은 철저하게 건물주 위주라고 보면되는데 특히, 정 서적으로 아주 심각한 마인드들을 가지고 있었다. 임차인을 통해 월세를 받는 입장에서라면 당연 해당 임차인이 영업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써주고 배려를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이 귀찮다는 반응들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기는 편안하게 월세만 챙기고 나머지는 신경쓰기 귀찮으니 임차인들 스스로가 해결하면서 장사를 하라는 식인거다. 지난 6년동안 단 한번도 월세와 관리비를 체납하지 않고 성실히 장사를 해 온 나는 혜택을 받으려는 마음도 없었지만 - 현실적으로보면 체납하지 않고 수년간을 장사 잘해 온 사람들 은 집주인 입장에서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 적어도 더 이상의 불이익은 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최근들어 매장내 발생한 녹물문제로 손해를 입은 사항에 대해 건물주에게 문제의 진단과 아울러 현실적인 해결책의 하나로 비용지원 검토를 요구했고, 건물주 역시 그에 따 른 해결책을 제시해 주겠다고 약속한 후 연락을 주겠다면서 통화를 끊었다. 그런데 어느날 전화를 주겠다던 건물주는 갑자기 매장으로 나타났고 만나자마자 하는 말은 계약기간 만료 일에 나가달라는 것이였다. 이유를 묻자 돌아 온 답변은 더 가관이였다. 임차인인 내가 요 구한 사항들은 다 합리적인 요구인데 함께 더 관계를 유지해 가다가는 임대인인 본인이 언 젠가 불이익을(정확한 표현은 본인에게 혹을 붙일 것 같다고 함)당할 것 같다며 그렇게 이 해해 달라는 것이였다. 여러분은 과연 이 말이 진정 이해가 되시는지 모르겠다. 전혀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 집주인의 말에 분노를 넘어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고, 무엇보다 배신감이 들어 상당기간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결론은 내가 임차인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성실 히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걸지 않는 한 계약이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난 반강제 적으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소송을 해서 이길 자신은 있었지만 맘이 떠난 상태에서 내가 내린 결정은 빨리 이 까페를 처분을 하고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일 념만 강하게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건물주는 나의 사소한 언행으로 기분이 나빠있 었고 소위 괘씸죄를 적용하여 명분도 없이 나에게 그러한 언행을 일삼은 것이다. 집주인의 심사에 따라 임차인의 생사가 좌지우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지금까지 말한 사례들을 통해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자기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까페사장도 결국 5년 계약직과 다를바가 없다라는 사실이다. 거기다 건물주와의 마 찰이 빚어질 경우 자칫하다간 타의에 의해 폐업을 당할 확률이 높다. 요즘과 같이 장기불황 의 늪이 계속 진행되는 시기엔 5년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까페는 흔하지 않다. 투자 금은커녕 제때에 매매를 못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그래서 상가법의 개정이 시급 하고 영세 상인들의 보호장치가 현실적으로 마련되어져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