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1등 바리스타도 넘지 못한 까페운영의 벽 폐업.
사전적으로 폐업은 직업이나 영업을 그만둔 상태를 의미한다. 말그대로 폐 문을닫고 업 일 을 안한다는 뜻이니 아주 자연스러운 용어가 아닐 수 없다. 타인에게 매각을 하든, 그냥 양 도를 하든, 혹은 원상복구를 해주고 나가든 이 모든게 다 폐업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머릿속에 폐업은 망함, 부도, 정리, 눈물, 덤핑 등의 용어와 어우러져 아주 부정적인 어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기억에 이 말들을 최초로 자주 접했을때가 IMF때가 아닌 가 싶고, 최근 들어선 일종의 폐업이라는 용어를 아예 마케팅 차원으로 활용하여 심심치 않 게 “눈물의 폐업” “폐업 세일전”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폐업은 뭔 가 잘못되서 사업에 실패하거나 그에 준한 상태를 맞이해서 영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문구를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 사업주들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해서 저렇게 폐업을 하게 되었을까 ” 그런데 신기한건 그 원 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였다. 왜냐하면 창업시에는 지속적으로 창업주와 만나 사 업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많지만 정작 폐업시에는 보통 사업주들이 종 적을 감추어 버리기 때문에 - 긍정이든 부정이든 - 그 후일담들을 듣기가 어렵기 때문이 다. 그러다보니 세상엔 실패사례보다는 성공사례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회자되는 듯 보 이고 실제로는 분명 실폐사례가 더 많을 것 같기는 한데 접할 기회는 별로 없고, 막상 내가 무엇인가를 해보려 할 땐 가급적 긍정적인 이야기, 잘되는 이야기만을 듣고 싶어지기에 생 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턱대고 창업을 했다가 소위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아래의 사례는 상식적인 눈으로 볼 때엔 성공의 가능성이 많은 조건의 창업케이스라고 여겨 질 수 있는데 과연 그런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까페를 창업하고 난 후 장사가 어느정도 잘 되어가고 있을 무렵 난 까페투어를 더 열심히 하려고 하였다. 여기저기 소문이 난 까페방문을 통해 우리의 부족한 점들을 체크하고 타 까 페들의 장점을 배워 우리의 숍운영에 적용하기 위함이였다. 직원들에게도 쉬는 날이나 틈나 는대로 까페투어를 수시로 하라고 독려하였다. 그런 경우 마신 커피가격을 청구하면 경비처 리를 해주었기에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하였다. 이렇게 해서 모인 까페정보중에 벤치마크 할 까페가 생겨나면 우리는 수시로 그곳을 방문하여 뭐 하나라도 배워오려고 하였 다. 그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곳을 소개하자면 마포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자그마한 까페였 는데 커피인들 사이에서 꽤 유명세를 탄 곳이였다. 이유는 그곳을 운영하는 사장이 월드 바 리스타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사람이였기 때문이였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 만 커피관련 잡지나 매체등에선 이런 바리스타들을 거의 스타급으로 조명하였고 이내 모든 커피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였다. 벌써 지금으로부터 5년도 더 된 기억이기에 약간은 가물가물 하지만 함께 일하던 여자친구도 수준급의 실력자로 여러 대회에서 입상경력이 있 는 한마디로 화려한 스펙들의 소유자였다. 매장 근처에 다다랐을 때 첫 느낌은 우선 입지가 상당히 안 좋다는 것이였다. 차량으로 네 비를 켜고 갔음에도 찾기가 어려운 곳이여서 차를 먼발치에 주차하고 걸어서 찾아들어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매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역시 유명 브랜드의 빨간 색 에스프레소머신이였다. 그 다음으론 역시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흔적들 즉 상장과 트로피 등이 한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작은 로스팅실과 커핑룸이 함께 있었다. 메 뉴판도 독특했지만 그안에 메뉴들은 더더욱 독특했다. 메뉴 하나하나가 모두 창작메뉴였는 데 가령 그 흔한 까페라떼 아이스도 명칭에서부터 내용물까지 시중에 파는 그것들과 확연히 달랐다. 커피로 업을 하는 입장에선 한마디로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슬로우 커피영역에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품종라인과 추출기구를 갖추고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어떤면에선 커피인으로서 작아짐마져 느껴졌다. 카피맛도 흠잡을 데 없이 좋았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홀이 적어 테이블이 몇 개 없다는 것이였다. 그렇지만 근처에 오피스타 운이 있어서 점심때가 다가오니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려는 손님들이 그런대로 입장하고 있 었다. 그런데 이 매장이 나중에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먹은 적이 있다.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으나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커피의 수 준이 너무 높아 해당 지역에서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것이였다. 일부 매니아층을 제 외하면 커피의 화려함과 가격대등도 문제가 되었을수도 있었겠지만 내 생각엔 그들 스스로 가 그곳에서 장사를 하기엔 자부심을 가지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장사든 사업이든 오너는 신이 나야 한다. 신이 나는 경우는 오직 단하나. 내가 만든 제품이 서비스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그리고 그것이 수익으로 돌아와야만 신이 나는 것이다. 이 경우는 난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한국 최고의 청국장을 가지고 파리시내 후미 진 골목에서 장사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과연 그곳에서 누가 얼마나 그 청국장맛의 진가 를 알아주겠는가. 아무리 최고의 커피와 커피인이 조화를 이룰지라도 결국 고객에게 인정받 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이러한 예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심심치 않게 발 견 할 수 있었다. 높은 임대료와 보증금 거기다 권리금까지 지불해야 하고 거기다 커피는 일종의 장비사업이기에 각종 머신과 기구,기계등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초 기에 목돈이 정말 많이 소요될 수가 있다. 어쩌면 위의 사례는 그러한 현실적인 장벽앞에 오로지 최고의 커피전문가라는 컨셉으로 부동산 비용을 최대한 최소화하여 후미진 곳에 입 성, 도전장을 냈다가 실패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케이스는 내가 커피로 처음 도전받았던 역삼동의 까페다. 비록 이곳 사장님은 월 드 바리스타 대회등에 나가 입상한 경력은 없었지만 이미 커피업계 일부에선 소위 주목받는 커피인으로 점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까페쇼가 열리면 단 골처럼 등장해 커피와 성공하는 까페창업에 관한 세미나에서 명강의를 해주시곤 하였다. 이 분의 강점은 고객과 눈높이를 잘 맞추고 그들의 필요를 기가막히게 잘 파악한다는 것이였 다. 그런데 이분도 까페를 운영하는 영역에선 어쩔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망해가 던 음식점 자리를 흥한 까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장도 형성되고 수익도 예상치를 넘어 승승장구한다고 생각되던 즈음 집주인이 재계약을 못하겠다고 비워달라는 소리를 들은 것이 다. 재주는 곰이 부렸는데 월세는 엄한 사람이 몇배를 요구하니 결국엔 방을 빼는 도리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곧 폐업을 하게 된다. 그 분은 지금 강북의 어느 모처에서 드립커피 전문점을 운영하신다. 위의 첫 번째 사례는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더라도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오너의 실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아래의 경우는 경영을 잘하고도 내 몰릴 수밖 에 없는 일종의 억울한 처사를 당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가 과연 우리는 이 경 우를 놓고 성공한 까페창업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동화처럼은 아니더라도 오래 오래 그 까페는 고객들에게 사랑받으며 재계약등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그곳에서 장 사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정도의 결말은 보여져야 성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성공하는 까페창업을 컨설팅 하시는 분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동안 고생하 며 이룩한 권리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거의 강제로 폐업을 당하고 다른곳에서 또 어렵 게 창업을 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