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까페운영 이런게 어렵다 2
제일 먼저 다가온 문제는 커피맛에 관한 불만들이였다. 주요 단골 고객들은 커피교실을 통 해 카톡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웠는데 종종 나에게 안부를 물어오곤 하였다. 그런데 내가 자 리를 비운뒤로 커피맛이 이상해졌다는 것이였다. 분명히 반복교육을 통해 매니저에게 로스 팅 교육을 철저히 했음에도 미세한 차이들을 캐치 해 내는 것이였다. 귀신 같았다. 다른 건 몰라도 커피의 생명인 맛에 관한 클레임은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였다. 특히, 원두를 구 매해서 드시는 고객들의 불만이 컸다. 그래서 로스팅 만큼은 다시 100% 내가 맡기로 하였 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커피맛에 관한 클레임은 곧 없어졌다. 다음으로 나타난 현상이 매 출의 감소였다. 어느정도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점점 크게 다가왔다. 그리 고 처음엔 그 원인을 매니저에게 있을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하루 날을 잡아 매니저와 전반적인 상황과 매출하락 원인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얘기치않게 매니저와 말다툼이 일어났다. 내가 질문하는 과정에서 추궁하는 뉘앙스로 매니저가 받아들인 것이다. 나는 분명 그런 의도는 아니였는데, 주인의식으로 열심히 일해오던 매니저 입장에서는 나의 사소한 톤에서도 깊은 서운함을 느꼈던 것이였다. 당황스럽기도 했고 동시에 화도 났다. 주 인의식을 가지고 하는 건 좋은데 자기가 주인이 되어버린 것이였다. 서로가 날카로워졌고, 끝내 봉합이 어려웠다. 나에게도 쌓인 게 없진 않았다. 나는 근태를 무척 중시하는 사람인 데, 여러차례에 걸쳐 매니저의 불성실한 근태문제를 발견하여 수차례의 주의를 주어왔던 터 였다. 결국, 원년 멤버였던 그 매니저는 몇일 후 퇴사를 하였다. 매출하락의 원인은 바로 나였음을 얼마 지나지않아 깨닫게 되었다. 매니저 퇴사후 내가 어 쩔 수 없이 복귀를 해야했는데 복귀 후 손님들과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 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내가 매장을 떠난이후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이 사장 님이 없으니 발길이 본인도 모르게 뜸해지더라는 것이였다. 순간,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였 다. 정말이요? 나는 다시 되물었고, 그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 때 확실 히 배우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주인의 부재가 정말로 손님들의 발길을 끊게 하는 주범중에 하나임을 말이다. 그때부터 나는 매장을 자의반 타의반 의지를 다져 지켜가기로 하였다. 시 스템화 된 프렌차이즈와 가장 차별되는 개인까페의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이다. 그 이후 새로운 매니저를 뽑기 위해 채용공고를 내고 면접을 수차례 봤지만 다 허사였다. 참 이상하게도 이 바닥에선 소위 쓸만한 남자 바리스타 매니저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여자 매니저를 두어도 상관은 없지만 여튼 남자가 귀한 건 사실이였다. 간혹 있어도 영 믿 음이 가질 않았다. 그래서 그 이후 우리숍엔 여자 직원들만 늘 뽑히게 되었다. 주말 직원으 로 들어 온 친구들은 대부분 시간제로 일을 했지만 난 정직원과 같은 대우를 해 주었다. 그 래서 우리 까페에선 알바, 파트타이머 이런 용어를 쓰지 않았다. 실제 까페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사와 지원 프로그램등은 똑같이 적용되었다. 그러다보니 주말직원들의 일에 대한 동 기부여가 높았고 자연스레 유대관계가 강화되었다. 그들이 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자연스레 주중 정직원으로 이동되었다. 그 중 내가 무척 아꼈던 여직원이 있었는데 우리 까페가 자리를 잡는데 많은 기여를 해 준 고마운 친구였다. 대부분의 바리스타들이 그렇듯 이 친구도 전공은 커피와 전혀 무관한 역 사학이였다. 우연히 커피사진 하나에 꽃혀 바리스타에 입문한 그녀는 나이답지 않게 커피경 력이 꽤 있었는 데 우리 까페에 지원한 사유를 들어보니 진정한 커피회사로 성장할 것 같은 믿음이 느껴져서였다고 한다. 아울러, 그녀가 일해 온 대부분의 까페는 그야말로 돋데기 시 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였는데, 커피에 대한 배움보다는 한마디로 자 판기가 되어 커피뽑는 기계가 된 것만 같았다는 말을 하였다. 생두라는 것도 우리 까페에 와서 처음 보았다는 그녀는 정말 열심히 성실히 일을 해 주었다. 나 역시 그러한 그녀의 성 실성과 서비스 정신을 높이 사 매니저로 승격시키고 떠나간 매니저의 빈자리를 그녀에게 맡 기기로 하였다. 그러한 가운데 또 주말직원을 계속 채용하여 훈련시키는 프로세스를 정립시 키어 일종의 인력풀 시스템을 확립하였다. 그리고, 이 시스템 안에서 우리 까페는 다시 안 정적으로 순항을 해 가는 듯 하였다.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은 매니저의 친구를 채용하면서부터였다. 당시 매장이 2개로 운영되던 시절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주말직원들의 근무기간이 짧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운영상의 애로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 입장에서만 보면 주말직원의 수준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 는 것이였다. 한마디로 처음 채용한 인력들과 많은 수준차를 내보이면서 그동안의 시스템이 점점 무너지는 것이였다. 그러나, 까페는 쉼없이 돌아가야 하는 법. 언제까지 매니저와 내가 매장 2개를 책임지고 갈수만은 없었다. 그것도 하루 10~12시간여의 고강도 업무시간을 이 겨내면서 말이다. 문제는 우리 까페의 특성상 커피의 전문성을 겸비한 직원으로의 성장을 위해 투자할만한 여력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원인엔 분점의 오픈과 그에 따른 적절한 직원운영이 이뤄지지 못한 점 때문이다. 모든 게 운영주인 나의 탓이다. 그러다보니 결국엔 자질이 떨어지고 커피에 대한 열정이 떨어지는 한마디로 시급챙겨서 용 돈벌이 하려는 사람들 위주로 뽑게 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매니저의 친 구가 그랬다. 둘 사이는 아주 절친이였는데, 그래도 오래된 친구이다보니 시간이 다소 걸리 더라도 우리가 열심히 가르치기만 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커피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이 채용의 이유였다. 처음엔 나쁘지 않았다. 성격도 밝고 일도 열심히 배우려 했다. 그러나 역시 어떤 일이든 억지로 관심을 주입시키고 교육을 시킨다고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사람이 되어주는 건 아니였다. 몇 달 지나지않아 그녀는 커피일에 대한 즐거움을 크게 느끼지 못하 는 눈치였고, 나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 어쩌면 다소 얹쨚은 주문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 나, 조금씩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걸 나는 우리 매니저가 청천벽력과 같은 발언을 할때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날이였다. 내가 그렇게 아끼던 매니저가 나한테 할말이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 왔다. 사 장님같은 분과 일한게 후회된다는 말을 하였다. 어떻게 자기 친구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실 수 있냐며 나에게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런식으로 까페를 운영을 하면 안되다 며 가르치기까지 하였다. 자기 친구는 오늘부로 나갈것이며 본인도 이번주까지만 하고 나가 겠다며 일방통고식의 이야기를 퍼 부었다. 정말이지 머리를 몇 대 맞은듯한 기분이였다. 자 초지종을 떠나 내가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매니저가 맞나 싶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 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만 이내 현실은 냉정하게 다가왔다. 당장 매장이 두 개가 있는 데 이들이 다 나가버리면 나혼자 어떻게 뭘 하란 소리인가? 거가다가 대체인력을 뽑기도 전 에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말을 하는 그들이 너무나 밉고 한마디로 복창이 터져왔다. 일단, 시급제 직원인 매니저의 친구는 2-3일후 관두고 매니저는 협의 끝에 새로운 직원이 들어올 때 까지만 근무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이내 썰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였고, 하루 하루가 정말이지 재미가 없었다. 나중에 파악한 사실이지만 그만 둔 친구는 나의 일거수 일 투족을 관찰하며 단점들을 찾아 매니저와 수도없이 카톡질을 하며 나를 험담해 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니저 역시 처음엔 그런 나를 힐난할 목적으로 친구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다 가 나중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고 맥락없이 퇴사를 하겠다고 해버 린 꼴이 된 것이다. 매니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저는 이제 커피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고 황당했다. 매니저 퇴사 후 얼마지나지 않아 나의 안테나망 엔 종로에 위치한 꽤 유명한 까페에 그녀가 취업되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씁쓸한 기운 이 상당히 오랜기간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