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위기의 징후들
심상치않은 조짐은 창업후 그리 오래지않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조짐은 미세한 듯 했으나 강렬했다. 창업후 만 2년여째 되는 어느날. 우리는 2주년 기념 감사이벤트를 기획하 고 있었다. 때는 마침 개학철인 3월. 우리의 까페는 근처 초등학교를 인접한 소위 아파트 상권에 위치 해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학부모를 포함한 아파트내 아줌마들이 주요 고객인 것이다. 이벤트 상품과 다양한 할인혜택이 마련된 우리의 매장. 한껏 부푼 마음으로 직원들 과 더불어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다음 여느때처럼 출입문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창업후 2 년동안 기대이상의 성공적인 정착을 했다고 믿었기에 어김없이 학기초 단체손님들이 들이닥 칠것이라고 여겼던 우리들은 뒷통수를 맞은 듯 묘한 정적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들이 기대 했던 단체 손님들은 결국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상하다. 분명히 학교홈페이지 행사란도 체크했는데 왜들 안오시지 혹시 내일인가..." 그러나 그후로 손님들의 수, 오는 시간대의 패 턴은 작년, 재작년과 분명히 달라졌으며 이내 우리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그때 뭔가 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우리숍으로부터 다소 떨 어진 곳에 스타벅스가 들어와있다는 사실이였다. 불과 몇달전 생긴 그 이름도 별처럼 찬란 한 스타벅스는 바로 우리와 함께 이전과는 다른 3월을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비교적 중심상권으로부터 떨어진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는 우리 매장조차도 적지않은 나비효과의 영향아래 놓이게 된 것이였다. 본능적으로 차에 시동을 걸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커피숍을 시작하고나서 생겨난 일종의 습 관이라면 습관이랄까. 나의 안테나망에 걸려든 커피숍들은 그런식으로 늘 주목을 받기 일쑤 였다. 아울러, 장사를 시작하고나서 생겨난 능력중엔 웬만한 손님들의 얼굴들은 잘 잊지 않 게되었다는 점이다. 별다방 주변을 무심한척 쭈욱 지나가며 스캔을하고 있을무렵 아니나다 를까 넓디넓은 매장내 단체석엔 지난해 그리고 지지난해 우리숍에서 늘 모임을 가지셨던 학 부모님들 20여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순간 웬지모를 배신감과 불안감 그리고 탄식이 흘러나 왔다. " 으으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우리집 커피맛이 제일 좋다면서 별다방을 가다니 그 나저나 이걸 어쩌지 " 매장으로 돌아와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드디어 올것이 온 것이다. " 매장을 더 넓혀야하나, 아님 뭘 어떻게 해야하지? " 우리는 회의끝에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것에 더욱 집중하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어쩌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위기의 징후들은 때론 불편한 상황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는데 커피교실을 통해 나로부터 커피를 배운 수강생 중 한분이 우리 숍으로부터 채 300여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커피숍을 차린 것이다. 거기다가 숍운영의 전반적인 매뉴 얼이 우리 까페를 대부분 모방하고 있어서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그 이후 그 주변 일대에 로스터리 까페 3개가 연달아 생겨난 후 안타깝게도 그 커피숍은 6개월여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런식으로해서 까페창업후 내 주변에 생겨난 까페들이 프렌차이즈를 포함 줄잡아 10개 이상은 족히 되었던 것 같다. 불과 3년안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만해도 난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실제 매출이 줄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들이 내 경쟁상대는 안될꺼 라는 은근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슬픈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이내 나름의 내공과 자본력을 갖춘 로스터리까페들도 하나 둘씩 포진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까페가 위치 한 장소가 산으로 비유하자면 중턱에 해당되는 데 위쪽과 아래쪽으로 우리 까페를 포위한 형태가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 위기의 징후들이 실제적 인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짙어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언제부터인가 위쪽 동네에서 늘상 찾아주시던 손님들의 발걸음이 하나 둘씩 뜸해지기 시작하였다. 오시긴 오시는 데 오는 횟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내가 직접적으로 손님들에게 묻는 일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오시는 손님들중엔 죄지은 것도 아닌데 미안해하시면서 먼저 이실직고를 하셨다. 윗동네가 이럴진데 아랫동네는 더하면 더했지 덜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창업한지 3년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는 인접한 초등학교들 덕분 에 기본매출은 유지가 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손님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확 인할 수 있었다. 방학이 시작되는 비수기가 더욱 그랬다. 이러다보니 아무리 신경을 안 쓰 는 척을 한다고 해도 까페를 직접 운영하는 오너 입장에선 경쟁업체들의 동향을 전혀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한집 한집을 둘러보기 시작하면서 우리 까페보다 어 떠한 점들이 강점이 있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도 처음에만 그런것이지 하루가 멀다하고 까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통에 나중에는 경쟁업체를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없 어졌다. 한마디로 말해 당혹스러웠다. 나중에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그렇다치고 들어설때로 들어 찬 포화된 시장속에 최근들어 오픈한 까페들은 과연 괜찮을까? 내가 어느새 남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한 상권에서 3년정도가 지나가니 대략 주변상권의 흐름과 예상매출등이 보였 기 때문이였다. 제 아무리 독특한 아이템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해도 해당 상권에서 창 출해 낼 수 있는 한계는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건 바로 이커머스 즉, 인터넷 판매이다. 인터넷을 통한 매출이 강한 업체라면 상권이나 서비스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 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오프라인 상에서의 상권은 결국 예상치가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자기만의 강력한 무기가 없다면 시장에서의 생존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속으로 흘러 가고 있었다. 그 때 다시한번 나를 그리고 우리 까페를 돌아보았다. 우리 까페는 10평이 약 간 넘는 작은 매장이다. 작은 매장의 가장 큰 핸디캡은 설비의 확장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 에 넓은 공간이 주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가 없다. 가령, 쾌적한 회의공간이라든지, 메 뉴의 다양한 측면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브런치같은 메뉴를 서비스하려면 별도의 공간과 설비를 요구하는데 현실적으로 우리는 그러한 것을 용이하게 할 수가 없었다. 커피 시장이 변화를 거듭해가면서 소비자들의 기호가 커피와 더불어 먹을 수 있는 식사대용의 서 비스 시장으로 가면서 우리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즉, 적당한 커피맛을 제공하면서 가볍 게 끼니를 떼울 수 있는 그런 니즈들이 늘어가게 된 것이다. 원래의 나의 계획은 그랬다. 이곳에서 딱 3년을 점검 후 강남쪽에 플래그쉽 매장을 내는 것. 어느정도는 예상되는 그림들이 펼쳐져오면서 내 마음은 다소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3년 정도 가까이 숍을 운영하다보니 시장의 흐름들이 그리고 한국 커피소비자들의 기호가 확실 히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대표적인 부문이 바 로 커피맛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였다. 한국 사람들은 커피맛을 제대로 음미하면서 잘 마 시지를 않는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섭섭해 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필드 에서의 수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나의 결론은 그렇다. 커피맛을 제대로 알고 마시려는 소 위 매니아에 가까운 층은 내감에 전체 중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 그 퍼센티지가 많이 올라 온 것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웃한 일본 커피시장과 비교해 보면 역시 커피가 문화로 뿌리잡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 그리고 시장 지배구조의 차이가 시장의 특성 을 극명하게 대비해 준다. 한가지 아이러니 한 것은 그러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한국 커 피시장에서 우리의 까페가 그래도 생존하는 이유는 그래도 커피맛과 커피에 대한 전문성에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