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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3.까페Talk(4화)

4. 개인까페의 꽂, 커피교실

by 박주민 Aug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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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까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그건 바로 커피교실이다. 개인까 페는 아무래도 인지도나 모든 면에서 사람들에게 익숙치가 않고, 검증이 안되었기에 사람들 이 주저할 수가 있다. 물론, 커피맛이나 서비스가 아주 탁월하다면 금방 입소문이 날 것이 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늘어날 것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좀더 적극적으로 손 님들과의 교감을 가지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 시행한 게 무료 커피교실이다. 비록 무료이지 만 커리큘럼이나 내용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유료로 시행해도 무방할만큼 충실하게 짜여져  있었다. 잠시 내용을 들여다보면 내 수업의 가장 핵심은 오감으로 체험하는 관능적인 수업 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 보고 코로 맡아보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마시는 식이다. 커피를 갈고 추출시 내리는 소리까지 경청하게 되니 청각을 포함, 오감의 수업이 맞다. 창업당시만 하더라도 바리스타들조차 생두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럴진데, 일 반 사람들이 생두를 직접보고, 만져보는 일은 그 자체로 신선할 수 밖에 없었다. 컬렉션 박 스에 7~8종의 생두를 넣어두고 박스하단엔 견출지로 생두명을 적어둔다. 위에서 내려다보 면서 육안으로 먼저 확인을 한 다음 손으로 직접 만져보게 한다. 그 차이를 처음부터 알아 내기란 쉽지 않다. 거의 비슷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크기와 색깔이  다 다르다. 중요한건 커피는 원재료인 생두를 직접 볶아 내려 마셔야만이 비로소 커피의 질 과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수업엔 이러한 의도가 깔려있다. 볶은 커피를 만져본 적이 있는가? 커피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매 쉬라하여 커피의 분쇄도를 손으로 만져 커피입자의 크기를 확인하고 적정 분쇄도를 결정하 는 것을 일컫는다. 커피는 참으로 오묘하다. 같은 원두인데도 입자의 크기에 따라 맛이 천 양지차로 달라지며, 내리는 추출법에 의해 너무나 다른 성격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간단 하게 설명하면 커피는 곱게 분쇄할수록, 내리는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추출속도를 느리게  할수록 쓴맛이 강화된다. 반대로 굵게 분쇄할수록 온도가 낮을수록, 추출속도를 빠르게 할 수록 신맛이 강화된다. 이 개념만 정확히 알고 있어도 실생활에 아주 유용하다. 나는 커피 수강생들에게 전날 문자를 칠 때 꼭 덧붙여 두는 메시지가 하나 있다. 그것은 아침밥을 든 든히 먹고 오라는 당부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커피를 드 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와 타인들의 많은 경험과 지식을 종합해서 볼 때, 그 건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았다. 공복보다는 아침을 든든하게 채워두고, 물을 충분히 섭취한  상태에서 커피를 즐기는 것이 가장 좋았다. 무엇보다 커피를 맛있게 음미할 수가 있다. 특 히, 내 수업의 대부분은 커피를 시음하는 것이기에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시기 위핸 든든 하게 배를 채우고 오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A4 용지엔 품종별로 맛평가를 위한 평가지가 그려져 있다. 평가시트다. 평가시트 1장씩이  수강생에게 전해지고 그 다음부턴 5-6종의 커피를 계속 마시며 음미를 하게 된다. 아침부 터 대륙별로 다양한 커피를 한번에 마시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았을 터. 수강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무엇보다, 수업 당일 새벽에 내가 직접 볶은 신선한 원두를 연속해서 마실 수 있 으니 더할나위 없이 좋다. 맛있기도 하지만 각각의 품종이 뿜어내는 매력에 흠뻑 젖는다. 그동안 나는 옆에서 연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시음이 다 마 쳐지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각자 마신 커피에 대한 느낌과 표현을 돌아가면서 하게 된다.  커피는 자기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 다. 분명 같은 커피를 똑같은 잔에 똑같은 양으로 주었는데도 그 느낌들이 다 다르니 말이 다. 그러나, 이내 공통분모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육안으로는 알 수 없었던 커피맛들의 차 이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 커피는 이렇게 마셔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오 늘의 커피시음은 차주에 다시한번 하게되는데 그때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이 된다. 즉, 오늘 마신 품종들의 이름을 보여주지 않고, 무작위로 순서를 바꾸어 내려 마시게 되는 것이 다. 수강생들의 호기심은 또 한번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다음수업이 기다려지게 된다. 이렇 게 두 번에 걸친 시음시간만 가져도 각각의 품종의 특성과 차이를 알 수 있게 된다. 더 중 요한건 자기의 기호가 어디에 맞추어져 있는지도 알게 된다. 전통적으로 쓴 커피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은 산미가 좋은 신선한 커피를 마셔본 경험이 별로 없어 약간의 고 정관념들이 있다. “난 시큼한 커피는 싫어” 하지만 에치오피아 시다모, 짐마, 예가체프, 코 스타리카 따라쥬, 파나마 게이샤 등과 같이 산미가 아주 훌륭한 커피를 적절한 추출법으로  한번 마셔보면 그 생각들이 싹 바뀌어 버리게 된다. 커피가 뿜어내는 실로 오묘한 맛에 넋 을 잃게 된다. 아무래도 사람은 시각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커피는 참 좋은 게 추출을 하는 여러 방법에  따라 보는 재미가 있어 좋다. 체즈베로 달구어 마시는 터키식 커피, 화려한 모습을 선사해  주는 사이폰 커피, 근사한 모습만큼이나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주는 모카포트 등 커피 는 이렇듯 추출하는 다양한 기계나 기구와 함께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 서도 난 핸드드립이 좋다. 개인적으로 난 압구정의 커피박사 허형만 선생님으로부터 핸드드 립 추출법을 배웠다. 내 수업의 강의내용을 보면 상당부분 그 분의 통찰과 지식을 인용한  것이 많은데, 허선생님의 추출법은 한마디로 섬세하다. 일본의 도제식 추출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잔맛을 거의 없애고 커피의 맛있는 진액성분만을 추출해 물과 희석하여 마시 는 게 특징이다. 내 수업에서 마시는 관능검사가 끝나면 바로 이 핸드드립 시연과 실습으로  이어진다. 좁은 공간이지만 대여섯명이 둘러모여 나의 핸드드립쇼를 지켜보게 만든다. 핸드 드립 시연에서 핵심은 바로 신선한 원두다. 신선한 원두위에 뜨임이라 불리우는 첫 물을 내 리는 순간 수국처럼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원두의 부풀림이 모두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핸드드립은 커피원두의 맛을 가장 원초적으로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바로 커 피의 신선도를 육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이기에 여러모로 유용하다. 까페안은 어느덧 탄성과 호기심 어린 눈빛들로 늘어난다. 뒤이어 들어 온 손님들도 처음엔  무심한 척 하다가 집에 돌아갈 때 즈음이면 본인도 커피수업에 참여하고 싶다며 등록서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주고 가신다. 핸드드립 시연 후 각자 개별적으로 실습을 시켜보면 이 내 재밌는 광경들이 펼쳐진다. 보기엔 쉬워 보이는데 막상 주전자를 잡고 물 내리기를 하면  물줄기의 속도며 물의양이 조절이 안되어 커피가 옆으로 튀고 난리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업은 핸드드립외에 위에서 언급되었던 다양한 추출법에 의한 시연과 시음으로 마 무리를 하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수업은 시연, 실습, 시음 이 세가지가 톱니바퀴처 럼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수업이 다 마무리 되면 아쉬움으로 가득해진다. 나도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다보면 1시간 반짜리 수업이 2시간이 되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남은 분들과 이러 저런 정담을 나누며 커피이야기를 하다보면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만다. 이런 수업이  한주도 거르지 않고 많게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진행되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하다보니 수강생들의 수도 많아지고 나 자신도 너무 힘들어, 수업일수를 조정하고 소정의 비용을 받 기 시작하였다. 만원을 받았는데 이유는 무료로만 진행하다보니 결원이 많이 발생하고 나도  최소한의 재료비는 받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시음으로만 마시는 커피를 돈으로 환 산하면 인당 십만원꼴은 족히 된다. 어쨌든, 이러한 무료 커피교실은 입소문을 타고 창업 6 개월여만에 지역에서 가장 맛있고 전문성이 있는 커피하우스로 포지셔닝 해 나아가는 데 가 장 큰 일조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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