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스텍 이야기 1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잘하면 시기하고, 많이 잘하면 두려워하며, 너무 잘하면 헐뜯는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 말은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꿰뚫습니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통찰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누군가가 빛날 때 사람들은 감탄보다는 경계부터 하고, 존경보다는 질투가 앞서기 쉽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그를 시기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헐뜯고 싶어 했는지도 모릅니다.
2017년 6월의 어느 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세 달째 되던 아침이었습니다. 툴클립 쪽에서 일하던 잭슨이 나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의외였습니다. 평소 그라면 퉁명스럽고, 인종 차별적인 말도 서슴지 않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그는 캐나다 퍼스트 네이션 출신이었습니다. 백인에게 받았던 차별을 아시아인이나 흑인에게 되갚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전날, 나는 진공청소기를 빌리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조심스럽게 “vaccuum”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못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귀를 기울였습니다. 다시 “버큠”이라 말했지만, 그는 이 상황을 즐기듯 연기하며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내가 결국 청소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는 익숙한 듯 “아, 바큠(Vacuum)!” 하며 내 발음을 여러 번 교정하려 들었습니다. “한국인은 독특한 나쁜 억양이 있어”라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깨달았습니다. 캐나다에 인종 차별은 없을지 몰라도, 언어의 차별은 분명 존재한다고.
그런 그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반갑게 내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문(Moon)이던데, 너랑 친척이겠네?”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문 씨 성을 가진 사람이 한국에만 해도 족히 30만은 될 텐데요. 그래도 굳이 아니라고 부정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분,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며? 대통령이 그렇게 훌륭한 분이라니, 너희 나라는 정말 멋진 나라구나.”
그는 몇 가지 뉴스에서 봤다는 듯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타국에서, 내가 태어난 나라의 대통령을 누군가가 칭찬해 주는 일.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괜히 어깨가 으쓱했고, 전날의 언짢은 기억도 웃으며 넘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날은 마침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소식이 들려오던 때였습니다. ‘같은 나라도 아닌데, 캐나다의 작은 소도시에서까지 이 소식이 뉴스가 되다니.’
그런 생각에 문득 궁금해져,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비참했습니다.
벤처기업 대표 자격으로 대통령을 수행한 그 사람.
바로, 내가 오랫동안 상사로 모셨던 분. 수십 번 일본을 오가며 첨단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애썼던 분.
흠잡을 데 없는, 그래서 더욱 흠잡고 싶었던 그 사람.
지금 그는 성공한 벤처기업 회장으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캐나다의 한 공장에서 용접복을 입은 채 그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빛나는 성공이, 그날따라 유난히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럭스텍(Luxtech)은 저의 첫 작장이자 마지막 직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