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 피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모퉁이를 돌아서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눈부신 것은 닫힌 보석함 속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가장 오래 남는 빛은
막막한 누군가의 손을 잡고 돌아설 때
그의 구겨진 얼굴에 번지던
작은 미소의 잔상이었습니다.
글도 그와 다르지 않아
박제된 책장의 문장들보다
김 오르는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던
무심한 듯 다정한 말 한마디가 더 뜨겁고,
백 줄의 유려한 시편보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고맙습니다”
그 짧은 고백이 더 깊게 머뭅니다.
그래서 나는
꽃으로 화려하게 피어 눈길을 끌기보다
이름 없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너른 그늘 하나만으로도 족하겠습니다.
지친 누군가 가만히 등을 기대어
한 시절 숨을 고르고 갈 수 있는,
어깨가 단단한 가지 하나.
그런 사람으로
그저 묵묵히 서 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