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 피는 꽃

by 문주성

​사람 사이에 피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모퉁이를 돌아서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눈부신 것은 닫힌 보석함 속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가장 오래 남는 빛은

막막한 누군가의 손을 잡고 돌아설 때

그의 구겨진 얼굴에 번지던

작은 미소의 잔상이었습니다.


​글도 그와 다르지 않아

박제된 책장의 문장들보다

김 오르는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던

무심한 듯 다정한 말 한마디가 더 뜨겁고,


백 줄의 유려한 시편보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고맙습니다”

그 짧은 고백이 더 깊게 머뭅니다.


​그래서 나는

꽃으로 화려하게 피어 눈길을 끌기보다

이름 없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너른 그늘 하나만으로도 족하겠습니다.


지친 누군가 가만히 등을 기대어

한 시절 숨을 고르고 갈 수 있는,

어깨가 단단한 가지 하나.


​그런 사람으로

그저 묵묵히 서 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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