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축제

준이와 즐기는 휴가2

by 바다나무

시골이라 아침 공기가 청량하다. 준이 덕분에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텐트에서 잠을 잤다. 아무래도 잠을 자다가 어른들이 부스럭거리면 혹여 준이가 잠을 깰까 염려가 되었다. 또 다른 마음은 옛날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캠핑 하면서 텐트에서 잤던 기억을 핑계김에 재연해 보고 싶었다. 요즘은 여행을 가도 숙박시설이 좋아 텐트에서 잘 기회가 없다. 이른 새벽 아침새가 늦잠을 방해했다. 그럼에도 기분은 상쾌하다. 시골생활 이후 모처럼 부지런해졌다. 이슬 머금은 꽃밭의 아침인사를 받는다. 커피 한잔을 타서 흔들의자에 앉았다. 앞에 보이는 산이 맑음으로 다가든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야 준이가 일어났다. 눈뜨자마자 할아버지를 찾는다. 길건너편 농원에서 풀을 뽑고 있는 할아버지를 찾아 아침산책을 나선다. 할아버지 새참으로 가지고 간 삶은 달걀과 바나나, 우유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나란히 앉아 었다. 소풍이다.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등 농원에 심어 놓은 여러 가지 채소들 만져보고 따 본다. 준이 생일날 심은 나무들 살펴보았다. 직은 키가 작고 여리다. 준이 함께 자랄 것이다.


집을 나섰다. 무주는 청정지역으로 아직도 반딧불이가 있다. 한여름 가끔 볼 수 있다. 무주의 반디랜드에는 곤충박물관, 반디별 천문과학관, 썰매장 등이 있는데 우리는 실내에 있는 곤충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에는 다양한 곤충표본과 전시물들이 있어 준이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꽁무니에서 반짝반짝 불빛을 내고 있는 게 신기한가 보다. 특히 수많은 나비 반딧불이를 보며 자신이 알고 있는 호랑나비를 찾아내기 바쁘다.

아쿠아존에는 열대어와 무주의 남대천과 금강에 서식하는 토종 민물고기와 구천동 계곡에서 서식하는 뱀, 개구리도 있다. 두 마리의 귀여운 수달의 몸짓도 준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커다란 스크린의 반딧불이 움직임을 따라 준이가 잡으러 뛰어다닌다. 서산의 국립 생태원에서 물고기를 잡듯이.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 무주 구천동 계곡길을 드라이브했다. 신라와 백제를 관통하는 나제통문을 지나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그 끝에 예쁜 카페가 있다. 그곳만 지나면 지역이 바뀐다. 경상남도 거창으로. 신라와 백제를 넘나들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섭렵하는 거국적 나들이 길이다.


다행히 준이가 유아차에서 낮잠을 자서 카페에서 편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옆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한적하고 조용했다. 복층형식의 붉은 벽돌과 실내 인테리어가 왠지 여름보다는 겨울이 더 운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얀 눈을 연상하는 건 아마도 옆에 무주리조트 스키장 때문 일 것이다. 오늘은 늦은 시간에 "무주야행"이라는 문화재 축제가 있어 즐기고 가려고 한다. 뜨거운 한낮 더위를 피해 지역문화재를 밤의 감성으로 아름다움을 찾아 즐기는 이색축제이다.


우리가 즐기려고 하는 축제시간이 8시 이후라 시간여유가 있어 저녁을 먼저 먹었다. 늘 메뉴는 탕수육과 짜장면이다. 무주는 천마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다. 지역 특산물이다. 천마는 고구마 같이 생겨 가루나 환으로 만들어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짜장면이지 않던가. 준이가 맛있게 먹어 맛집임을 증명했다. 짜장면은 처음 먹어본 듯하다. 오늘은 스파게티 대신 짜장면으로 새롭게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무주야행은 야경. 야사. 야설. 야로. 야숙. 야화, 야식이라는 8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무주만의 특색 있는 지역문화행사이다. 그중 우리는 준이에게 낙화놀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낙화놀이"는 줄불놀이라고도 불리는 우리나라의 전통민속행사로 나도 이곳에서 몇 년 전 처음 보았다. 사금파리. 숯가루. 마른 쑥, 소금을 넣어 만든 낙화봉을 가는 줄에 매달아 연못이나 호수 위에 띄우면, 타닥타닥 불타는 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 듯 불꽃이 물 위로 떨어진다. 물 위에 반영되는 불꽃 비가 무 아름답다. 마치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듯 불이 내려온다.


우리나라에는 함양과 안동, 그리고 이곳에서만 전통민속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주말농장을 하며 이곳을 드나들다가 마침 옆동네에서 이 행사가 열리기에 해마다 구경을 갔다. 볼 때마다 장관이다. 주로 8월 15일쯤 두문마을에서 이 행사를 하는데 오늘은 무주야행에서도 남대천에서 이 행사를 선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불꽃행사를 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준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불의 끝을 따라 눈길을 옮긴다. 무주 밤의 화려한 불꽃축제를 구경하면서 준이와의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무리다.


준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우리들과 함께 작은 추억을 만들었다는데 의미를 둔다. 할아버지의 여행계획으로 나름 일차게 보낸 일주일의 휴가였다. 어떤 부분이, 몇 가지가 준이의 머릿속에서 예쁜 그림을 그릴지는 모르지만 슨 그림이든 멋질 것이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하얀 도화지를 펼쳐 준 것 같아 뭇하다. 살아가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리에게도 행복한 시간들로 의미 있었다. 우리의 노년에도 노을빛 색깔을 내리라.


*무주 반디랜드. 카페 브라운. 천마루 식당. 무주야행 축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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