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서 온 선물

택배

by 바다나무

(이 글은 "오늘은 내가 친정엄마할게"와 연결된 글입니다)


참 빠르다.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로켓을 타고 출발하면 잠시후에 달나라에 도착할 것 만 같다. 어제 오후에 농장의 푸성귀를 손질해 니들에게 택배로 보냈는데 벌써 받았나 보다. 카톡방에 언니들 문자와 조카들 문자가 쇄도한다. 이렇게 까지 과한 반응을 기대한건 아니었는데. 언니들이 택배를 받고 가족 카톡방에 올렸나 보다. 우리 이모 최고! 우리 처제 최고!라고. 웃음이 났다. 조카나 형의 반응이 대단하다. 누구나 하는일인데. 다들 먹고 살만 한데. 성공이다. 친정엄마 노릇을 톡톡히 한 것 같아서. 얼마 전 친구가 보내준 푸성귀로 가족들 앞에서 으스댄 것처럼 오늘은 언니들 기도 살려준 것 같아 뿌듯하다. 정말 별것 아닌데. 모두들 그리움에 굶주렸나 보다. 정에 목말랐나 보다. 친정엄마가 보고픈가 보다.


큰언니는 벌써 애피타이저로 옥수수를 쪄서 먹고 디저트로 토마토를 먹었다고 했다. 저녁반찬으로는 호박잎 찌고, 가지나물 무치고, 파프리카를 샐러드로 맛있게 먹었다고. 작은언니는 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눈길을 내려 읽으며 나야말로 친정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눈물이 났다. 결국 세 자매는 각자 다른 장소에서 친정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삼키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같은 정서가 몸에 베인 게 형제자매인가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걸 보니까.


늘 막내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날 받기만 했는데, 난생처음 농사라고 어설프게 지은 것을 나눔 했을 뿐인데 이렇듯 고마워 함에 되려 미안해졌다. 몸이 아프다고 하면 달려오는 큰언니, 입맛이 없다고 하면 갖은 반찬을 해서 보내주는 작은언니, 그들은 이미 벌써부터 내겐 친정엄마였다. 오늘은 내가 완벽하게 해냈다. 친정엄마 역할을. 잠시 정엄마로 빙의 되었다.

오늘은 작은언니가 보내온 글로 브런치 글을 마무리하련다. 언니들 고맙고 사랑해!




친정에서 온 선물

올망졸망 박스에 들어있는 정성들

아이들 부딪쳐 무르고 상할까 봐

키친타월 한 번 감싸 지퍼백에 넣었구나


얼음팩 녹을까 곁에 아이 얼을까

신문지 두르고 또 두르고

자식 대하 듯 싸고 쌌구나


다듬느라 애쓸까 봐 꽈리고추는 꼭지 따고

땀 흘리는 수고로움 덜어서 냉동 옥수수로 보냈네


청홍고추는 오래 두고 먹을 거니 1cm 꼭지 두고 잘랐고

현미 가래떡 귀한 거니 맛보라며

넉넉하게 넣은 거지?


실한 가지는 깨끗하게 닦았고

깻잎은 하나라도 더 주려 지퍼백 터지도록 빵빵하게

넣었네


어머나 막내야

껍질까지 벗긴 호박잎을 꺼내며

난 결국 눈물샘이 터져버렸네


엄마 아버지 가신 후

처음 받아보는 푸성귀에 친정이 있었네


어느새 막내가 언니들 챙기는 어른이 되었다니?

영원한 막내일 줄 알았더니 어디서 이런 살림의 지혜가 생겼다니?


울막내의 정성으로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

다시금 되새기며 잊고 있었음에 죄송하였네

고맙다

언니 같은 동생이라서ㅡ



* 대문사진ㅡ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