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둘레길을 걷다.

제주 살기 5.

by 바다나무

여행도 체력이 관건이다. 잘 먹고 잘 놀고 있음에도 약간의 피로가 느껴진다. 내게 있어 이때의 약처방은 온천욕이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면 노곤하니 피로감이 달아난다. 눈을 뜸과 동시에 목욕용품을 챙겨 산방산 탄산온천으로 향했다. 아주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주변이 조용하고 관광객이 별로 없다. 네이버로 사전예약을 하면 다소 요금이 렴하다고 하여 전날 미리 해 두었다.


탄산온천 입구에는 '구명수'라고 적혀 있었다. 말 그대로 "사람을 구한 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온천물에 나름 자부심을 나타낸 표현이리라. 주말이 지난 다음날이라 그런지 한가했다. 관광철이나 추운 겨울에는 사람이 무척 북적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여유 있는 게 다행이다. 연세 드신 분이 대부분이고 전체손님은 10명 남짓 하다. 노천탕도 있다고 하는데 지난 숙소의 풀장에서 열심히 놀았던 터라 큰 의미를 두지 않 사우나만 하기로 했다.


온천욕을 하고 나니 기분도 개운하고 다시 활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제 몸의 찌꺼기도 다 빠져나갔으니 소모된 만큼 무언가 영양가 있는 것으로 채워야 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갈치조림을 먹기로 했다. 여행을 해보면 외관이 번듯하고 크다고 해서 음식이 꼭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수수하지만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이 더 실속 있을 때도 많다. 잠은 편하게 자고 음식은 실속 있게 먹자는 것이 이번 여행의 기본 콘셉트이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뼈 없는 갈치조림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으로 갔다. 아직은 좀 이른 점심시간이라 작은 식당의 테이블에는 여유가 있었다. 식당의 벽면은 다녀간 사람들의 싸인이 난무한 것으로 보아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건 분명하다. 준비된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다고 니 타임을 잘 맞추어야 될 듯싶었다.


갈치는 늘 뼈를 가르는 것이 귀찮았는데 뼈가 없어 먹기가 너무 수월했다. 순식간에 흡입했다. 목욕을 한 터라 배도 고팠지만 맛도 큰하니 맛깔스러웠다. 식사를 하는 동안 어느새 자리가 다 찼다. 주변을 돌아보니 오늘도 우리가 최고령자다. 요즘 느끼는 거지만 젊은 사람들은 여행에 대한 사전 계획이 철저하다. 유튜브나 먹방, 인스타, 블로그등의 홍보효과나 정보사냥이 대단하다는 것을 곳곳에서 실감한다. 다음 방문객을 위해 얼른 자리를 내야 주어야 할 것 같 잽싸게 일어났다. 나이 먹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니까...ㅎㅎ


식사를 마치고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햇살이 침대까지 들어와 환하고 앞에는 산방산이 보이는 조망 좋은 방이다. 어젠 숙소가 어고 침대가 하나 더 필요하기에 혹시 방이 여유가 있으면 바꾸어 달라고 프런트에 부탁을 해놓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주말에 관광객이 많이 빠져나간 터라 객실이 여유가 있어 트윈 한 개와 싱글 1개가 있는 넓은 방으로 바꾸어 주었다. 내일은 딸이 온다고 니 이렇게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편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카페사냥에 나섰다. 일단 커피로 입가심을 해야 할 차례다. 멀리 산방산과 형제섬이 보이는 고지가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정원이 예쁜 카페로 향했다. 역시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남편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가는 길에 노란색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유채꽃밭이 있어 잠시 내려 사진도 찍어본다. 먼나무도 드라이브길을 빨간 몸짓으로 사수하고 있다. 지금 제주는 봄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카페정원에도 프리지어와 동백, 억새, 제니스타. 루피너스 등이 화려함을 장식하고 있었고, 수국에는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핑크뮬리와 팜파스, 능소화도 제철을 기다리며 다소곳하게 머물고 있다.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는 포토존과 감성문구는 관광객을 풍경맛집으로 안내하기에 충분했다. 잠시 길게 드리워진 그네에 앉아 다가오는 봄을 품 안으로 맞이해 본다. 꽃향기와 함께 따스한 봄기운이 성큼 다가 말을 건넨다. '함께여서 참 좋다!'라고...


감성천국 카페를 나와 송악산 둘레길로 향했다. 따뜻한 날씨 탓인지 관광차량이 즐비했다. 바다를 끼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둘레길은 1시간 반정도 소요되는 코스였다. 하늘은 파랗고 바다는 반짝이는 윤슬에 고요를 머금고 햇살은 따뜻했다. 가끔씩 오고 가는 바람에 억새는 누워 잠을 잔다. 모든 게 평온하고 그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새 하루종일 운전한 남편기사를 퇴근시켜 주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저녁을 먹고 쉬기로 했다. 가족이 오는 또 다른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보말요리로 저녁메뉴를 찜했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식당정보를 챙기고 가야 한다. 관광지에는 가끔 월요일에 휴무인 식당들이 종종 있어 헛걸음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 유독 많은 집이 보말칼국수 집이지만 정평이 나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작고 허름하지만 교실분위기를 연출해 놓은 식당에서 보말떡국과 칼국수를 시켜 입안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보리밥까지 덤으로 주신 주인장 덕분에 포만감을 느끼며 감사한 맘으로 리뷰를 써 드리기 위해 영수증도 챙겨 왔다. 내 돈 주고 먹는 음식이지만 누군가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어 주면 고맙고 행복하다. 짧은 댓글로라도 감사함을 전해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감사한 하루가 또 지나갔다.


※ 혹시 모를 여행자를 위해 다녀온 장소를 기록해 본다.(산방산 탄산온천. 번네식당 갈치조림, 마노르블랑 카페. 바당칼국수. 우주항공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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