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풍차를 돌린다.

제주 살기 3

by 바다나무

숙소에서 간단한 조식을 하고 여유 있게 나섰다. 어젯밤 숙소 주변의 야경이 너무 예뻐 늦은 밤까지 산책을 하였다. 길 나섬에 목마름부터 해결해야 할 싶었다. 바다가 눈앞에 보이는 작고 깔끔한 카페다. 커피 두 잔을 앞에 놓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같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남이 만나 같은 한 곳을 바라보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6"이라는 숫자 앞에서 함께 멈춰 섰다.


목젖을 타고 흘러내리는 액체가 심부 깊은 곳에 따뜻한 채로 머무른다. 푸른 바다에 응시한 눈빛이 찬란한 빛에 눈이 부시다. 한동안 둘이 말없이 세월의 여정을 돌아보고 있다. 아주 잠시지만 긴 시간처럼 살아온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린 서로에게 "그동안 고생했어"라고 맘속으로 속삭이며 위로를 건넨다. 커피잔을 부딪치며 "앞으로도 행복하자!"라고 파이팅을 외쳐본다. 따뜻한 차 한잔과 푸른 바다가 리를 축복해 준다.


신창 풍차해안도로를 걸었다. 바람 많은 제주에 커다란 풍차가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있는 곳이다. 이 주변에 가끔씩 고래도 출현한다고 해서 해안가를 기웃거려 보았지만 오늘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람이 몹시 차서 풍차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줄지어진 풍차 돌아가는 게 너무 멋지 웅장하다. 내 인생의 풍차도 힘차게 돌려본다.


싱게몰 공원을 둘러보았다. 싱게물은 제주 사투리로 "바닷가에서 새로 발견한 갯물, 용천수"를 뜻한다고 한다. 예전에 목욕탕으로 쓰이던 곳이 여탕과 남탕으로 구분되어 돌담으로 쌓여 있었다. 특별한 건 없지만 풍차와 어우러진 공원이 에메랄드 바닷물과 어우러져 아름답기에 한 번쯤은 올만 하다. 저녁엔 일몰이 멋있다고 지만 우린 바람이 너무 많아 오래 있을 수가 없어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면서 장소를 옮겼다.


인생도, 삶도, 사랑도 수월해진다는 수월봉으로 갔다. 고산리에 위치한 해안절벽을 따라 드러난 제주 서부의 언덕형 오름이다. 지구과학적으로 의미가 있고 중요한 관광자원의 역할을 하는 지질공원이다. 해안 절벽면을 따라 나타난 화산 퇴적물이 쌓인 지층단면이 자연의 장엄함을 말해주어 엄숙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절경에 해안선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코스이다.


이제 뱃속의 허기를 달랠 시간이다. 여행 중에는 보통 정식으로 하루 두 끼를 먹고 조금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한다. 회정식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몇 군데 맛집 중 안 가본 곳으로 가기로 했다. 세상에! 이렇게 푸짐할 수가 있을까? 회 한 접시에 지리탕. 비빔회 국수. 고등어구이. 공깃밥으로 상차림이 가득하다. 맛집으로 소문이 날만하다. 결국 공깃밥은 둘이 한공기도 먹지 못하고 남긴 채 일어섰다.


식사를 하고 숙소로 일찍 돌아왔다. 숙소를 옮긴 탓에. 루프탑에 있는 수영장에서 즐기고 싶었다. 일부러 노천수영을 하고 싶어 숙소를 정한 곳이다. 즐길건 즐기고 맛볼 건 맛보고 싶었다. 겨울이라 따뜻한 물에 유리로 벽을 차단했다. 초등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서너 명정도 있을 뿐 조용하다. 이곳도 우리들의 낙원이다. 건식 사우나로 피로도 풀고 편안한 휴식을 즐겼다. 잠시 쉬었다 숙소 주변의 야경에 취해본다. 아름다운 밤이다.


※ 혹시 모를 여행자를 위해 다녀온 장소를 기록해 본다.(카페빈 2020. 싱게물공원 산책. 신창풍차 해안도로 드라이브. 수월봉 해변도로 산책. 수눌음 식당. 에코그린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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