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주물러 멜로디를 빚는 일

by 낭만천사 유광영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농도가 짙은 물질을 그대로 두면 엔트로피가 증가하여 점차 엷어진다.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으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자연의 섭리이다. 그런데 생명의 몸짓은 자연의 법칙을 부분적으로 역행하듯 한다. 나무는 또 다른 자연의 법칙인 모세관 현상을 통하여 중력을 거슬러 물을 위로 끌어 올린다. 독수리는 양력(揚力)의 원리를 이용하여 창공에서 떨어지지 않고 머물 수 있다. 바닷물고기는 삼투압 현상을 이용하여 짠 바닷물 속에 살면서도 바닷물 보다 짜지 않은 몸으로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이처럼 때로는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자연의 섭리를 엮어서 보다 다채롭게 나타내는 생명력의 아름다운 표현이다. 투명한 햇빛과 공기 중의 탄산가스, 땅속의 물을 버무려서 도토리를 빚어내는 상수리나무도 그렇고,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아서 멜로디로 뱉어내는 꾀꼬리도 그렇다. 모두 자연의 흐름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빚어내는 아름다운 생명의 몸짓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물결을 섬세하게 다듬어 결정화(結晶化)하는 것이다.


절벽에 매달려 비바람을 이겨낸 야생화 한 떨기에서 존재를 포기하지 않는 생명의 숭고함을, 물 언덕을 뛰어 오르는 연어의 포물선에서 힘찬 생명의 역동을 느낀다. 아슬아슬하게 회전하며 점프하는 피겨스케이팅, 집채만 한 파도 위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서퍼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거친 자연의 숨결을 받아 섬세하고 우아한 모습을 뽑아내는 부가가치를 보여준다.


끝없이 눈길을 빨아들이는 유채꽃 군락, 슬며시 다가와 코끝에서 부서지는 아카시아 향, 산행 중 땀을 식힐 때 숲속에서 듣는 뻐꾸기 소리, 소라껍질을 찾으러 물속으로 자맥질 하는 아이들의 함성···· 그저 편안할 뿐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부가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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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고 행복한 느낌은 이렇게 성장하는 생명의 떨림을 몸으로 받아낼 때 함께 한다. 그 떨림은 내 안에서 다시 진동한다. 생명력을 깨운다. 이러한 떨림이 노크할 때 이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존중해 줄 때만이 부가가치가 내 것이 된다. 생명의 진동을 존중하고 함께 할 때 행복은 크다. 교향곡이 독주곡보다 웅장한 것과 같다. 그러나 독주곡 없이 교향곡이 있을 수 없다.


산책길 시든 풀밭 발밑에 냉이가 숨어있다. 아직은 퇴색된 빛깔이지만 녹색잎을 만들려 열심히 햇빛을 모으나 보다. 개울가 징검다리 건널 때에는 반짝이는 버들강아지도 보인다. 가지를 뻗기 위해 겨우내 빨아들인 물줄기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자연이 준 선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코로나와 겨울이 던져준 집콕 시간으로 나는 무엇을 빚었는지 무슨 떨림을 보냈는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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