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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랑 멕시코 가봤어요?

2개월 차 MZ신입사원의 첫 해외출장(1)

by 푸른장미


흔히들 당연한 얘기를 한다.
해외 출장은 여행 가는 게 아니라, 일하러 가는 것이라고.
맞다. 애석하게도 해외출장은 일하러 가는 것이다.
내 돈이 아닌 회사돈으로. 그러나 내가 느낀 바로는 일만 하러 가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
출근길은 사무실이 아닌 인천국제공항이고,
버스나 지하철에 발을 욱여넣던 출근길은 공항 리무진 버스로 편하게 간다.
20시간을 타고 갈 비행기에 탑승하면 실감이 되면서 설렘까지 느껴진다.
더군다나 출장지가 처음 가보는 국가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시절, 해외출장 다니는 직장인들을 마냥 부러워만 했다.

회사에서 모든 경비를 다 부담해 주면서, 출장비까지 지급받아가며 해외에 일하러 나가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볼만한 것이다.

나 역시, 외국인을 상대로 업무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자만이 하는 것이라는

나만의 이상한 잣대를 가지고 있었다.




봄 냄새가 가득한 4월, 예비군 훈련 때문에 잠시 출근을 하지 않고 있을 때였다.

핸드폰 따윈 볼 틈 없는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때, 부재중 전화가 5통 정도 와있었는데, 직속 상사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원래라면 휴일에, 또는 휴가인 동료에게 연락하는 것만큼은 최대한 지양하던 분이었는데,

꽤나 적지 않은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은 그만큼 급한 일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다.


바로 회신을 드렸다.

2주 후에, 바로 같이 해외에 나갈 일이 생겼으니 여권사본과 사번 등

필요한 인적사항들을 급히 보내달라고 하신다.

출장지는 멕시코.

너무나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이라, 머리가 잠시 새하얘졌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드디어 꿈꿔왔던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연차로써는 해외출장은 전혀 생각지도 못할 만한 것이었으며,

간혹 해외출장을 다녀온 선배들의 이야기는

군대에서 몰래 뽀글이를 끓여 먹던 이야기보다 더 박진감 넘치게 들려왔다.

그러나 혼자 가는 게 아닌, 상사와 함께 가는 해외출장은 정말 많은 것을 신경 쓰는

일일 것임은 자명했다.

잘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장거리 출장을 위한 스케줄 체크,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적당한 담소거리 생각해 내기, 동선 미리 파악하기, 공항에서 효율적인 출입국 수속 절차 등

상사를 '잘' 매니지먼트(Management) 하기 위해 남은 2주 동안 수많은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멕시코에 대한 여행서적도 뒤져봤지만, 내가 찾는 정보는 여전히 부족했다.

상사랑 먼저 출장을 다녀온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봐야 실수담 투성이다.

벌써 불안해진다.


일은 일대로 준비하되, 나 스스로가 여행투어사 사장이 되어야만 하는

고충이 기다리고 있을게 뻔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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