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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사람들

2개월 차 MZ신입사원의 첫 해외출장(2)

by 푸른장미


중남미 출장은 비행시간만 20시간가량 소요된다. 중간에 환승하고 대기하는 레이오버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약 30시간을 이동시간으로 쓰게 되는데, 그 말인즉슨, 한국발 비행기를 탑승하면 한국 시간 기준으로 대략 이틀에 걸쳐 현지에 도착하게 되는 셈이다.


최종 목적지인 멕시코 몬테레이주에 도착했다.

그 긴 시간을 비즈니스석을 타고 누운 채로 이동한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회사마다 규정에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회사 내규는 임원급들에게만 비즈니스석을 제공해 주고, 나 같은 햇병아리 신입에게는 이코노미석 제공이 원칙이다.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은 채, 고칼로리 기내식을 총 5~6번은 먹은 것 같다.


해외출장은 자기 관리가 특히나 중요하겠구나라고 느낀 계기가 뭐였냐면, 현지에 도착하면 우리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현지 법인 직원들과 그곳에 주재원으로 부임한 다른 선배들이 기다리고 계신다. 그뿐 아니라, 실장님과 다른 협업 유관 부서 선배들도 있다. 게다가 외국계 임원들과 영업팀장들까지.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역시 환경이 달라지니 새로운 순간을 경험할 기회도 늘어난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하고 그분들과의 식사와 술자리 등은 피할 수 없었다.

만나서 인사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출장 기간 내내 하루 빼고 업무 후 회식을 가졌던 것 같다.

매 술자리마다 멤버가 바뀐다.

자기 관리를 신경 써서 하지 못하면 육체적으로도,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올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한잔 받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누군가가 술을 권유할 때마다

"전 여기까지요."라고 입술 끝에서 맴도는 말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분들과 처음 만난 장소도 특별했고, 술을 함께 할 명분은 계속 만들어졌다.

쉽사리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 속, 심지어 모두가 4-50대이며 20대는 나 혼자였기에

모든 관심과 이목이 '요즘 것들'인 나에게로 쏠려있었다. 특히나 신입사원이라면?

그들에게는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혹여나 술 먹고 다음 날 지각이라도 하게 되는 날엔 큰 난관에 봉착한다.

안 그래도 '요즘 것들'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 않은데, 불 난데에 기름 붓는 꼴이 될 것만 같았다.

절대 안 그래 보이지만 윗분들은 우리들의 근무태도를 다 보고 있다.


기회라고 한다면 기회이다.

"잘 보일 기회"


출장의 목적은 업체 심의입찰을 위한 사양서 작성 후 실장님 보고였다.

술자리에서 업무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알아두면 도움 되는 정보들도 굉장히 많았다.

어느 주재원분께서 출근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에게 말씀하시길,


신입인 너에게 과중한 업무 로드를 주진 않겠지만,
너의 상사가 그 업무를 잘 수행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서포트 하는 것이 너의 역할이야




회사에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면서까지 해외출장을 보내주는 것은

그 이상의 성과와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러, 그리고 해외에 나갔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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