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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놀이

by 홍재희 Hong Ja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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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참 괜찮은 놀이터- 병원.



이곳에 모여든 각양각색 인간군상. 복도를 오고 갈 때마다 병실 앞 이름표를 보고 또 본다. 어제도 그제도 본 이름이 있고 오늘 새로 바뀐 이름도 있다. 십 대에서 환갑을 넘긴 사람까지. 다들 무슨 까닭으로 여기에 누워 있게 되었을까. 지난번 마주친 환자는 어느 병실 누구일까나. 그 사람은 왜 한밤에 복도를 서성였을까. 휠체어에 앉은 그는 굳게 잠긴 병원 현관에 기대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중이었을까. 오다가다 환자들을 볼 때마다 병문안 온 사람들을 훔쳐보면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는다.



병실 복도만큼 재미있고 솔깃한 공간도 드물다. 갖가지 상상을 자극한다. 모두가 잠든 밤. 옆 침상 환자가 새근새근 코 고는 소리를 신호 삼아 휠체어를 밀고 복도를 스케이트 타듯 앗싸, 미끄러진다. 빈 승강기로 층마다 혼자 오르락내리락하면 무언가 남몰래 은밀한 작업을 수행하는 착각마저. 게다가 코에 바람이라도 쐬러 밖에 나갈 채비를 하면 마치 학창 시절 몰래 야자 보충 수업 땡땡이치는 기분에 야, 신난다!!!




그새 정들었나 보다. 혼자 멜랑콜리.... 감상에 젖는다. 떠나기 전 밤놀이 이별식이라도, 잊지 않도록 눈에 꼭 넣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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