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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의 중요성

by 홍재희 Hong Jaehee




헬스장에 갔다. 한가로운 오후. 모처럼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혼자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애 셋 낳고 갱년기 이후 급격히 살이 쪄서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는 환갑을 넘긴 여성과 우연히 말을 트게 되었다. 오다가다 러닝머신에서 탈의실에서 한 번씩 스치며 본 적이 있던 낯익은 얼굴.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뱃살은 전혀 안 빠진다고 푸념하는 여자. 식탐이 많아서 먹는 걸 못 줄이는 게 문제라며 운동하고 나면 식욕이 미친 듯이 터진다고 주저리주저리. 양념치킨, 족발, 국수, 떡, 빵. 여자는 자신이 너무 좋아해서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음식 이름을 줄줄 댔다. 맞다. 운동량보다 더 먹으면 다시 말해 아웃풋보다 인풋이 과하면 답이 없다.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늘 자제력을 잃는 식탐 많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푸는 사람들이라면, 평소의 식습관을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그게 얼마만큼이나 자기 극기를 필요로 할지 상상이 갔다.



헬스장에 가면 이런저런 개인 PT 프로그램이 있다. 예전에 내가 등록했던 재활 PT도 있지만 주로 미용/ 다이어트 코스. 비만이거나 살 빼려는 사람들이 등록한다. 다들 운동만 하면 살이 빠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운동은 아무리 많이 한들

하루에 최대 2시간 정도다. 그렇다면 운동 1-2시간을 제외한 24시간의 나머지 22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그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운동 끝나고 종일 소파에 늘어져 있거나 야식 과식 폭식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결국 식단. 무얼 먹느냐에 달려있다. 그게 다이어트(식이)다. 일상을 규칙적으로 특히 밥상을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가 없는가. 운동이 비만과 건강에 효과적이려면 결국 절제력과 자기 통제력이 필수조건이다. 건강은 사실 매일매일 작고 사소한 일상의 습관이 결정한다.



날더러 날씬해서 좋겠다 건강하겠다 부러워하길래, 겉모습만 보고 '마른 사람, 날씬한 사람은 아프지 않을 것이다 건강할 것이다'라는 이 분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내가 가진 만성 질환을 주욱 나열해 드렸다.



이석증, 기립성 저혈압, 편두통,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치주염, 역류성 식도염, 위염, 기능성 위장장애, 전방십자인대 파열, 요통.


어때요? 저의 잡병 목록입니다. 전 온몸이 종합병원이에요. 괜찮을 만하면 다 나았다 싶음 돌아가면서 한 번씩 또 고장이 납니다. 그래서 전 미용도 살 빼기도 아니라 살기 위해서 운동하는 거예요. 제 몸뚱이가 전재산이라서요.


그전까지는 아파본 적도, 이날 평생 입원 한 번 해본 적 없다는 운 좋은 이 분. 살이 찌고 배가 나오고 비만이라서 허리와 무릎이 아픈 거라고 필히 다이어트하라는 의사의 권고에 크게 상심했을 것이다. 나이는 무시 못하는 거니까. 늙는다는 건 아프다는 거니까.


주위를 둘러보면 평소에 탈 한 번 안 나고 건강했던 사람들이, 잔병치레 한 번 없던 이들이 갑자기 병이 찾아오거나 나이먹고 예측하지 못한 통증에 시달리면 정신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는 것 같다. 나처럼 원체 골골거렸으면 이런저런 통증을 달고 살았으면 그냥 통증은 삶의 과정이자 고통은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육체적 물리적 통증이나 고통은 심리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맷집이 생긴다. 마인드 컨트롤은 기본, 정신력도 강해지는 듯.


여러분, 행복이란 삶이라는 고통 속 찰나의 행운이요, 통증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통증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자분에게 말씀드렸다.


병이 있어서 아프신 게 아니라

살이 쪄서 아프신 거라면서요?

살만 빠지면 되겠네요.

운동 열심히 하시면

살 빠지고 아픈 것도 싹 사라지고

건강에 아무런 문제없을 겁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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