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만약에

by 우철UP

만약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에 그곳을 내가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나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후회하며, 과거와 현재를 얼기설기 이으며 몇 날 며칠을 고민하였다. 그렇게 면벽 수양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심과 고내를 한끝에 마침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내 나름의 위안을 얻을 만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인간사를 엮은 것이 역사이다. 역사 연구방법에 있어 가장 금기시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if(만약에)이다. “만약에 정조가 영조처럼 장수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에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등등.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스토리이지 역사연구방법에 있어서 만약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다. 결국 과거의 인간사를 엮은 역사도 ’ 어쩔 수 없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만약에’를 성립시키지 않는다.

내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얻은 결과는 역사 연구방법과 마찬가지로 ’ 만약에‘를 넣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과거에 ’ 만약에‘를 대입해 과거를 후회하며, 과거로 돌아가 봤자, 결국 그 종착지는 태아기를 지나 우주의 먼지가 된다.


나처럼 사고로 인해 몸에 심각한 상처가 남겨진 사람들은 그날의 사고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과거의 사건을 저주하고, 모든 시간은 그곳에 머물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과거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그저 생사가 자연스럽듯 사고도 같은 맥락으로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말 ’ 만약에‘는 생각하지 말자.


오늘따라 영화 신과 함께의 명대사가 뚜렷하게 그려진다.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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