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의미 있었던 세 가지 선택

덜 화려해진 나, 더 깊어지게 될 나

by 최호용

"올해 가장 의미 있었던 선택 세 가지"


올해를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성취는 무엇이었는지 묻기보다 나는 이런 질문을 먼저 하게 된다.


"나는 올해 나를 배반하지 않았는가."


성공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때, 올해의 내 삶은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바꿔놓은 세 가지의 선택이 있다.


첫 번째 선택은, 화려했던 과거에 머물지 않고, '1일 르네상스 노동자'로 살기로 한 선택이다. 한때 나는 무대에 서는 사람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조명을 받고, 박수를 받았다. 강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빛은 점점 과거형이 되었다. 나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간병'이라는 현실로 나를 밀어 넣었다. 하루하루 몸을 써야 하는 노동은 물론이고,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돌봄의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려온 선택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확장되었다. 강단 위에서 힘주어 던지던 언어 대신, 삶의 체온이 있는 언어를 얻었다. 설명하는 언어 대신, 참고 견디는 침묵의 무게를 배웠다. 나는 스스로 '1인 르네상스의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생각하며 쓰는 사람, 덜 화려해졌지만, 깊이 뿌리를 내릴 줄 아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째, 말하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으로 나를 다시 정의하는 결정이다. 나는 오랫동안 말로 살아온 사람이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웃기고 감동시키는 일에 익숙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일을 천직으로 삼기로 마음먹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올해, 나는 말보다 글을 선택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물론,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았다. 21 동안 글쓰기 챌린지를 완주하고, 흩어져 있던 나의 조각들을 모아 원고로 묶기 시작했다. 그 원고는 9권의 전자책으로 엮어졌다.

이 글쓰기는 인정받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다. 잘 쓰기 위한 글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이해하기 위한 글이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의 깊이를 알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진정한 바른 태도를 알게 되었다. 말은 순간이지만, 글은 영원히 남는다는 것을 체득했다. 나는 올해 처음으로 내 삶이 문장으로 쌓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선택은 나를 작가로 만들기보다, 나 자신의 기록자가 되게 했다.


세 번째 선택은,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 자신을 응원하기로 한 결정이다. 스마트폰을 열고 계좌를 들여다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았다. 예전의 수입, 예전의 위치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불안정해 보였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그래, 잘 가고 있다."


조급해하지 않기로, 남과 비교하지 않기로, 하루의 누적을 믿기로 했다. 이 선택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나를 가장 많이 지켜준 선택이었다. 참고 견디는 시간은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진리를 믿는다. 덕분에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크지 않아도 나름 만족한 삶을 살았다.


이 세 가지 선택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나는 올해 나를 버리지 않은 쪽을 선택했다. 빛나던 과거 대신 지금의 나를, 말보다 기록으로, 불안보다 신뢰를 선택했다. 그래서 올해는 성취의 해라기보다 존엄을 회복하는 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이런 선택들이 쌓여, 언젠가는 다시 나를 빛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단, 이번에는 훨씬 깊고 오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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