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참았다
지 자랑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던 사람
"차 한잔하실래요?"
처음 보는 그 사람과 차를 마시게 되었다. 쟁반에 커피 두 잔을 받쳐 들고 자리로 왔을 때, 그는 누군가와 통화를 끝내던 참이다.
"제 마음대로 커피를 주문했는데 괜찮을까요?"
그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관리직에 종사한다는 그는 경제적으로나 어떤 방면에서도 지금의 자신이 어디를 가도 꿀리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다고 했다.
가죽 재킷을 벗어 안감에 붙어있는 명품 상표가 보이게 걸어놓으며,
본인은 명품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 대표가 업무용으로 고급 승용차를 내어 주어,
집에도 자신의 차가 있고, 아내의 차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 누군가를 만나 술을 마셨는데,
계산할 때가 되니 사람이 보이지 않아 자기가 계산했다고 했다며, 얻어먹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했다.
"커피를 내가 사길 잘했군"싶었다.
사람을 만날 때,
신발을 먼저 본다고 했다.
신발이 깨끗하지 않은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상대가 경우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절대로 쉽게 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자녀는 셋이라고 했다.
아내와는 각방을 쓴다고 했다.
혼자 사는 처제를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살게 허락했더니,
아내가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그 덕분에 가끔 외박을 해도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특별하게 하고 있는 일이 없다."라고 둘러댔다.
그랬더니 "백수한테 커피 얻어먹네요."라고 했다.
얻어먹는 거보다 사는 게 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는 등받이에 뒤로 기댄 자세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허리를 앞으로 숙여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가끔 휴대폰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는 돈 자랑하는 사람과 남에게 얻어먹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더 이상 이루고 싶은 꿈이 없다고 했다.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많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피부. 미용을 위해서 얼굴에 화장품을 일곱 가지 바른다고 했다.
여성용 화장품을 써야 피부가 좋아진다고 했다.
거의 3시간을 자기 얘기만 하던 그의 마지막 말은 "지 자랑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합니다."였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