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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Apr 28. 2020

제주 #1

시작


04월20일 0613




에코백 하나. 코튼셔츠 한 장. 당가리 한 장을 입고 집을 나선다. 최대한 현지인처럼 보이려는 노력이다. 역시, 마스크는 필수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잠깐 마스크는 내려놓아 본다. 조금 늦잠을 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위탁수하물은 없고 그대로 손을 찍고 통과하면 된다. 친구 A는 집에서 대기 중이다. 내가 사상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사-알 준비해서 나올 예정이다. 워낙 시간을 잘 맞추는 친구라 늦으면 친구가 조금 불안해할 거 같다. 이따 연락해서 안심시켜야겠다. 20분 전까지 비행기에 탈 수 있다고.


이번 여행은 비행기 모드를 오래 유지해볼까 싶다. 일부러 카메라를 챙겨 오지 않았다. 정말 하루를 지내고 올 만큼의 짐만 챙겨 왔다. 아참, 속옷도 안 챙겼다. 물론 지금 입고 있는 게 있다. 뭐, 하루 정도야! 버스가 온다. 얼른 올라타서 터미널로 가야겠다. 버스에 올라탔다. 새벽을 시작하는 여자 셋과 남자 하나. 그리고 나를 포하면 남자 둘. 기사님까지 합치면 남자가 셋이다. 여자셋과 남자셋. 곧 남자 하나가 하나 더 버스에 올라탄다.


모두들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아침이 시작되었다






버스 창문엔 습기가 가득하다. 어제 비가 왔기 때문이다. 어제 같이 떠나자는 A의 제안에 ‘가자!’, 결정을 내리기까지 10분을 달라고 한 이유다. 그곳은 날씨가 정말 중요하다. 고민을 시작하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가자!’는 수락의 말을 꺼냈다. 사실 비 오는 날의 그곳도 좋다.


역시 제주는 어쩔 수 없다.


방금 또 남자 한 명이 올라탔다. 역시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다. 부지런한 사람들. 가장 부지런해야 할 젊은 청년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 어쩌면 골방에 앉아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창가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까 한다. 물기가 가득한 창문을 통해 바라본 까맣게 젖은 아스팔트를 바라보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다. 차로 양옆을 가득 채운 나무들도 물을 먹어 진한 연녹색을 내보인다. 밝은 빛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연녹색인데 진한 연녹색이란 게 모순적이긴 하다.




봄이 왔다.
연녹색의 봄이 왔다.
안개 낀 푸른 산 위로 애매한 햇빛이 반짝인다.

오늘은 그래도 날씨가 좋으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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