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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Apr 28. 2020

제주 #2

부산

04월20일 0623



버스를 내리고 또 버스에 올라탔다. 터미널을 향해서 조금 뛰어 왔다. 혹시 늦어질까 걱정이 됐다. 휴, 그 예감이 맞았다. 방금 올라탄 이 버스는 방금 출발했다. 친구 A에게 7시쯤 사상버스터미널에 도착할 거 같다고 전했다. 사실 비행기가 7시 35분이다. 사상버스터미널에서 공항까지는 경전철로 7분이다. 나는 A에게 먼저 공항에 가있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한다. A는 나를 믿어본단다. 괜찮을 거다. 이전에 20분 전에 도착해 위탁수하물을 맡기고 항공기 시트에 편안히 안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괜찮을 거다..!


다시 올라탄 버스에는 자줏빛 커튼이 있다. 커튼 사이로 건물에 가려졌다 말았다를 반복하는 햇빛이 들어왔다 말았다를 반복하며 버스 안이 깜빡인다. 주말 아침 광안대교를 지나며 알바를 가던 때가 생각이 난다. 광안대교는 상층부와 하층부로 나뉘어 있는데, 흔히들 이쁘다고 하며 지나가는 곳은 광안대교의 상층부다. 나이트레이스나 마이런을 할 때도 이 상층부에서 진행을 한다. 하층부는 다리 좌우로 측면에 구조물이 있어 지금 내가 탄 버스가 깜빡인 것처럼 그렇다. 그 말은 알바를 갈 때면 광안대교의 하층부를 지났다는 거다. 뭐 무튼 그렇다. 잠시 그 장면이 오버랩됐다.


그 순간이 너무나 예뻤기에


햇살이 비치는 자줏빛 커튼





제주는 부산과 닮은 점이 많다. 두 도시 모두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아주 다른 곳들이다. 어쩌면 내가 부산에 살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의 부산에 대한 설렘을 못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에게 부산은 애틋한 곳이다. 부산의 광안리, 송정, 해운대 이 곳의 바다들은 언제 보아도 좋았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는 해변이라서 내 감정에 따라서 원하는 곳을 찾았다.


조금은 슬펐던 때가 있다. 나름 오랜 시간을 보냈던 연인이 이별을 고했고 나는 해운대로 향했다. 그곳의 노을은 뻥 뚫린 바다를 붉게 물들일 만큼 붉었다. 공사 중인 엘시티 빌딩도 햇빛에 이글이며 타올랐다. 하늘에 맞닿은 붉은 해변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한 번은 송정에 갔다. 원래는 주말 파트타임이었지만 행사가 있어 금요일 저녁에 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갔다. 시간이 조금 남을 것 같아 송정 바다를 담으려 카메라를 챙겼다. 차를 타고 굴다리를 빠져나왔는데 웬걸, 사람이 하나도 없고 파도는 잔잔했다. 눈 앞엔 모래, 바다, 하늘 세 가지의 다른 층이 차분히 나뉘어있었다. 사진을 찍고서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운이 좋게도 내가 다녔던 학교는 광안리 옆에 위치해 있었다. 가끔 생각을 정리할 때면 가벼운 옷을 걸치고 광안리로 향했다. 소망을 두 손에 모아 광안대교를 향해 보내보기도 하고 테트라포트 아래로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아 지금까지 적적한 이야기들만 떠올랐는데 물론, 그곳에선 왁자지껄 했던 일들도 수없이 많았다. 함께 했던 즐거운 인연들이 아마 꼭 한 번은 세 가지 바다 중 하나를 거쳐갔을 거다.







차분했던 송정 바다





또다시 버스는 출발하는 중이다. 마산에서 제주로 가는 길은 은근히 험난하다. 시간에 늦을까 바쁜 걸음으로 버스를 타야 하고 반짝이는 아침햇살에 눈을 자주 깜빡여 줘야 한다. 기다리는 친구를 안심시켜야 하고 젖은 아스팔트에 반사되는 햇빛이 혹시 기사님의 운전을 방해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한다. 뭐, 걱정할게 많다. 생각이 많다. 어쨌든 나는 부산으로 간다!


아, 아니 제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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